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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찰의 위병소! 일주문(一柱門) 사찰에는 일주문부터 금강문, 천왕문, 불이문이 정연하게 연이어 있으니 이를 통칭하여 산문(山門)이라고 합니다. 부처님 뵈러 가는 길목에서 처음 만나는 문이 일주문입니다. 보통 두 개의 기둥 위에 벽이나 문짝도 없이 거대한 지붕을 얹고서 넘어지지 않고 서 있는 일주문을 바라보며 갖게 되는 의문입니다. 왜 문짝도 없는데 문이라 하지? 기둥 두 개로 넘어지지도 않네? 문(門)은 내 소유물, 나를 지키는, 나만을 위한 영역으로 폐쇄된 경계이지만 달리 보면 나와 남을 연결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문을 닫고 나만의 공간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는 있겠지만 아쉽게도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전쟁터 같은 이 사바세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며 살고 싶다고 문을 닫을 수 있지만 때때로 .. 2024. 1. 4.
3. 시찰가는 다리! 월천(越川)공덕 하였는가? 사하촌을 지나 사찰에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이제는 거의 사라졌지만 요금소와 일주문을 지나 본전에 닿으려면 홍교, 극락교, 해탈교, 피안교, 금강교 등의 다리를 만나게 됩니다. 다리가 여럿인 이유는 현실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산하가 골이 깊어 건너야 할 개울이 많기 때문입니다. 상징적으로는 고통 바다를 건너서 저 언덕에 도달하기(바라밀다)를 바라는 중생들의 서원이 그만큼 크고 간절하기 때문입니다. 21세기 들어서 첩첩산중 작은 개울에도 튼튼한 콘크리트 다리가 가설되었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다리는 귀한 존재였습니다. 등굣길 차가운 얼음물에 발을 적시는 고통을 면해준 다리입니다. 자동차, 기차를 이용한 대규모 물류 이동을 가능케 한 다리입니다. 섬과 육지, 섬과 섬을 연결하여 삶을 변화시킨 다리입.. 2023. 12. 28.
2. 사찰 아랫마을(사하촌) 사하촌(寺下村)에는 왜 식당이 많을까? 사하촌은 글자 그대로 ‘사찰 아랫마을’의 한자식 표현입니다. 위대한 경세가(經世家)인 부처님의 음덕으로 살아가는 마을입니다. 사찰에 기대어 사는 속세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입니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듯 그들은 먹고 살기 위해 사찰의 전답을 짓고, 붓, 먹, 바루, 목탁, 한지 등 사찰용품을 만들어 삶을 꾸렸습니다. 주로 핍박받는 농촌을 그린 작가 김정한은 1936년 1월 9일부터 23일까지 조선일보에 단편소설 ‘사하촌’을 연재합니다. 성동리에서 보광사의 소작농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주변 민초들의 처절한 삶을 실감 나게 그린 소설입니다. 가뭄이 들자 가난한 농민들의 생존을 위한 물싸움이 시작됩니다. 스님의 권유에 두어 마지기 논배미를 사찰에 시주했던 작인은 사찰 .. 2023. 12. 21.
왜 사찰에 가는걸까? 나는 오늘도 사찰엘 갑니다. 마음의 쉼이나 불공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때로는 가다 보니 도착한 곳이 사찰인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보와 보물의 60%가 불교와 관련된 유물입니다. 사찰엘 가면 국보와 보물 등 문화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끼 낀 축대와 주인을 알 수 없는 승탑, 상륜장식이 사라진 석탑, 덩그런 당간지주, 낡은 당우(堂宇)가 있는 사찰이면 더 좋습니다. 지리산 묘향암이나 설악산 봉정암, 변산 월명암처럼 조금은 힘이 들어도 오직 두 발로 걸어야 갈 수 있는 사찰이면 더 좋습니다. 서산 개심사, 부안 내소사, 의성 고운사, 고성 건봉사, 해남 대흥사처럼 아름드리 소나무나 전나무, 동백나무들로 숲을 이룬 길이라면 일삼아 긴 시간 걸어도 좋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불전 앞까지 승용차로 .. 2023.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