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사찰엘 갑니다.
마음의 쉼이나 불공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때로는 가다 보니 도착한 곳이 사찰인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보와 보물의 60%가 불교와 관련된 유물입니다.
사찰엘 가면 국보와 보물 등 문화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끼 낀 축대와 주인을 알 수 없는 승탑, 상륜장식이 사라진 석탑, 덩그런 당간지주,
낡은 당우(堂宇)가 있는 사찰이면 더 좋습니다.
지리산 묘향암이나 설악산 봉정암, 변산 월명암처럼 조금은 힘이 들어도
오직 두 발로 걸어야 갈 수 있는 사찰이면 더 좋습니다.
서산 개심사, 부안 내소사, 의성 고운사, 고성 건봉사, 해남 대흥사처럼 아름드리 소나무나
전나무, 동백나무들로 숲을 이룬 길이라면 일삼아 긴 시간 걸어도 좋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불전 앞까지 승용차로 진입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이젠 사정이 있으려니 합니다.
그들은 편리함을 얻은 대가로 오롯한 오솔길, 졸졸 시냇물, 탐스런 먹거리 농익어가는 들녘,
아름드리 고목을 보지 못합니다.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를 듣지 못하고 지나쳐 버립니다.
지나쳐 버리니 사찰 가는 길의 맛을 알 리가 없습니다.
사찰 가는 길은 그냥 길이어도 좋습니다. 자아를 찾아가는 엄숙한 시간이어도 좋습니다.
부질없는 욕심과 알 수 없는 분노와 어리석음을 떨쳐 내고 영원한 자유를 찾는 시간이면 더 좋지만 말입니다.
사찰 가는 길에서 만나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각자의 삶에 소중한 인연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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