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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

46. 불가의 경호실장 신중상(神衆像)

by 혜림의 혜림헌 2024. 10. 26.

세상이 평안하고 개인은 즐거움과 희망만 가득하면 좋습니다.

그러나 야만의 세기가 지나고 문명의 시대라는 21세기에도 빈부의 격차는 심해지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소외되는 느낌이 듭니다.

북한·소말리아·아프가니스탄·우크라이나·가자지구처럼 극심한 독재, 부정부패, 전쟁(내전)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아도 불안합니다.

 

나라는 있지만 국가나 위정자들이 우리를 지켜주지는 않습니다.

불보살님께 의지하려 하나 그 가르침은 너무나 깊고 높아 다가가기 어려우니 그 누구를 의지하여 이 험난한 세파를 건너야 합니까?

그 역할을 신중이 대신하게 되니 신중신앙이 자리 잡게 됩니다,

 

초창기 신중은 인도의 토속신인 무력(武力) 집단이었습니다.

이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불법을 지키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현재의 신중은 인도, 중국, 한국의 여러 신들이 다 모여 있습니다,

처음에는 인도의 신장만이 주인공이었으나, 중국을 거치며 도교의 칠성과 한국의 산신까지 신중 대열에 합류하였기 때문입니다.

 

신중은 수가 많아 주로 불화로 봉안되고 조각상은 드물었습니다.

사회발전과 더불어 경제적으로 풍요해진 오늘날 선학원 중앙선원, 월출산 도갑사 대웅보전, 지리산 칠불사 대웅전 등 여러 사찰에서 불화가 아닌 조각으로 봉안된 신중조각탱을 만날 수 있습니다.

 

탱화·조각에 등장하는 신중은 과거 39위를 기본으로 하였습니다.

조선 후기 들어 중국과 한국의 토속신을 더해 104위를 봉안하기도 했는데 언제부턴가 104위 신중탱을 기본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신중탱화 역시 상단, 중단, 하단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상단에는 부처 화현(化現)인 대예적금강(大穢積金剛)신이 더러움을 없애고 온몸에서 솟는 지혜의 불길로 시방세계 중생을 보호합니다.

세 개의 머리(三頭)와 여덟 개의 팔(八臂)을 가진 모습입니다.

이 외에도 4보살(일반보살 아님 경물권, 정업색, 조복애, 군미어), 8대 금강, 10대 명왕 등 화엄경의 밀교적 신들이 그려집니다.

중단에는 위태천신·범천·제석천·팔부중의 불교 호법신과 태상노군·자미대제 등 도교의 신이 주류를 이루고, 하단에는 산신·수신·풍신· 화신·토지신 등 한국의 토속신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도상에 따라 다르지만 과거 우주의 창조신(브라흐만)이었던 범천 (梵天)왕은 대예적금강신 왼쪽에 백면(白面) 보살로 표현됩니다.

원래 하늘세계(忉利天)의 주인이었던 제석천(釋迦帝桓 인드라)왕은 대예적금강신 오른쪽에 백면 보살로 그려집니다.

 

색계 정상에 사는 대자재천(大自在天)의 마혜수라천왕은 세 개의 눈(三目)과 여섯 개의 팔(六譬)을 가진 특이한 모습입니다.

손에 해와 달, 무기 등을 든 백면의 보살상으로 표현됩니다.

 

위태천신(韋太天神)은 동진(童眞)보살 이라고도 합니다.

신중탱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으며, 독수리의 깃털처럼 생긴 투구를 쓰고 금강저를 들고 있어 구분하기 쉬운 장군(將軍)보살입니다.

 

8금강은 대예적금강, 청제재금강, 벽독금강, 황수구금강, 백정수금강, 적성화금강, 자현신금강, 대신력금강 입니다.

10분의 명왕은 염만달가, 발라니야달가, 발납마달가, 미걸라달가, 탁지라야, 이라능라, 마가마라, 아좌라낭타, 박라대다라. 오니쇄작걸라박리명왕 입니다.

사천왕은 신중탱의 동서남북 사방에서 불법을 수호하고 있습니다.

 

다만 신중의 구분은 전문가도 쉽지 않을 정도로 복잡다양합니다.

불교문화를 공부하면서 신중의 이름을 다 외우기도 버겁습니다.

위에 적시한 몇몇 신중은 확실히 외우되 나머지는 화엄경의 세계를 장식하는 일체의 군상이라고 이해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