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金剛經) 사구게(四句偈)에 이런 경구가 있습니다.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풀이하면 ‘현상계의 생멸법은 꿈, 환영, 물거품, 그림자 같음이요.
나아가 이슬이나 번개와 같으니 당연히 이처럼 관하라.’입니다.
우주 만유에 실상이 있어 보이지만 알고 보니 곧 사라질 뿐입니다.
그럼에도 중생들은 보이는 현상에만 집착하니 어리석음입니다.
어떤 이들은 보이지 않는 본질에 집착하니 삶이 허망할 뿐입니다.
본질과 현상이 뒤죽박죽이 된 삶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모릅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공(空)을 알게 된 후 자살을 한 이가 있었습니다.
본질이 공이요 무상이라 하니 현상을 부정하라는 게 아닙니다.
본질은 공이요 무상이지만 역동적인 삶이 현상이고 진리입니다.
보이지 않는 진리 자체를 형상화한 불상이 비로자나불상입니다.
비로자나불상은 왼손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싸는 지권인을 합니다.
지권인(智拳印)은 지혜로운 부처가 중생을 감싸 안은 모습입니다.
비로자나불을 친견 할 때마다 진리의 세계와 미혹의 세계를 넘어서 내면을 관(觀)하니 세상은 연결되어 둘이 아닌 하나입니다.
불상이 만들어진 초기에는 석가모니불이 중생을 구제하는 유일한 존재였기 때문에 석가모니불 외에는 상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생구제의 방법이 기능별로 분화됩니다.
비로자나불, 노사나불, 아미타불, 약사여래불 등의 다양한 부처님이 출현하고 불상으로 조성된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 시기 비로자나불상이 다수 조성됩니다.
당시는 의상스님을 비롯한 화엄학의 대가들이 활동한 시기입니다.
당연히 화엄학이 활발히 연구되고, 화엄사상이 융성하게 됩니다.
그 결과 경주 불국사, 장흥 보림사 등에 시대를 대표하는 비로자나 불상이 조성되어 오늘날까지 장엄함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구 동화사 비로암 석조 비로자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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