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송광사 일주문과 승탑원을 지나서 능허교에 들기 전 오른쪽 담장 안쪽에 정면과 측면 각 1칸의 작은 건물 두 채가 보입니다.
편액에 쓰인 글씨는 척주당(滌珠堂)과 세월각(洗月閣)입니다.
그동안은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아는 건물이었으나, 요즘은 친절한 안내판이 설치되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건물입니다.
이들 건물은 영가(靈駕) 즉 죽은 이의 영혼이 부처님을 알현하기 전에 목욕재계(沐浴齋戒)하는 장소인 영가 관욕장(灌浴場)입니다.
49재(齋)에 참여하는 영가들 중 남자의 영가는 척주당에서, 여자의 영가는 세월각에서 각각 속세의 때를 벗는 목욕을 하게 됩니다.
이후 지장전으로 이동하여 천도의식에 참여하게 됩니다.
몰론 49재가 영가에게 입혀진 속세의 번뇌를 벗기는 의식이지만 부처님 전에 들기 전 하룻밤을 묵는 곳으로 이해가 됩니다.
참으로 불교는 질서 정연하고, 과학적이며, 순리적인 종교입니다.
우리가 혼·장례식에 갈 때는 몸을 정갈하게 하고 격에 맞는 복장을 갖추는데 각종 불교의식에서도 이러한 절차가 이행되고 있습니다.
세월각과 척주당은 이 과정을 위한 건축물이라고 보면 됩니다.
불교를 어렵다고 합니다만 조금 더 공부하다 보면 우리의 일상과 불교가 따로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불교는 과학입니다. 질서입니다. 생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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