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불음(佛音)을 전하는 범종각(梵鍾閣)

불전사물(佛殿四物)은 사찰에서 예불드릴 때 사용하는 네 가지의 불구(佛具)를 의미하니 법고, 운판, 목어, 범종이 그들입니다.

이 사물을 매다는 용도의 건물을 범종각(루)이라 하는데 범종 만을 걸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불전사물을 걸어두고 있습니다.

불전사물은 새벽예불, 사시공양, 저녁예불에 사용합니다.

범종은 예외적으로 스님의 열반이나 화재 등 비상시에도 타종합니다.

불전사물은 법고, 범종, 목어, 운판의 순으로 치는데 저녁예불에는 운판과 목어의 순서를 바꿔서 치고 있으니 그리 아시기 바랍니다.

범종은 특별히 아침에 28번, 저녁에 33번을 칩니다.

이는 각각 3계 28천의 우주와 수미산 중턱 도리천 즉 33천 중생을 일깨우는 의식 행위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물의 소리가 갖는 의미는 각각 다릅니다.

법고는 소나 양, 말 같은 축생 무리를 깨우는 소리입니다.

운판은 새처럼 하늘을 나는 공중중생을 깨우는 소리입니다.

목어는 물속에 사는 어류 즉 수부중생을 깨우는 소리입니다.

범종은 지옥문을 열어 부처님 법을 전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원래 단층건물일 때는 범종각, 2층 건물일 때는 범종루라 불러야 합니다만 실제 사찰에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범종각은 주불전에서 보면 오른쪽에 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물을 분류하는 체용(體用) 법이 사찰건축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체(體)는 변하지 않는 본질을 상징하여 불전의 왼쪽에 배치됩니다.

용(用)은 작용과 변화, 현상의 움직임이니 오른쪽에 배치됩니다.

아침저녁 범종을 칠 때는 종성(鐘聲)을 송(誦) 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종을 치는 이의 간절한 염원을 알 수 있습니다.

아침종성

원차종성변법계(願此鐘聲遍法界) 원컨대 종소리 법계에 두루 퍼져

철위유암실개명(鐵圍幽暗悉皆明) 철위산의 깊은 어둠 다 밝아지며

삼도이고파도산(三途離苦破刀山) 삼도고통 떠나 도산지옥 무너지며

일체중생성정각(一切衆生成正覺) 모든 중생이 깨달음을 이뤄지이다

저녁종성

문종성 번뇌단(聞鍾聲煩惱斷) 이 종소리 들어 번뇌를 끊고

지혜장 보리생(智慧長菩提生) 지혜를 길러 보리심 내며

이지옥 출삼계(離地獄出三界) 지옥을 떠나고 삼계를 벗어나

원성불 도중생(願成佛度衆生) 원컨대 성불하여 중생을 제도하리

(청도 운문사 범종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