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했습니다.
세상사 어차피 혼자이고, 혼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끔은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라고 느낄 때면 외로움에 몸서리 치고 여럿이 함께하고 싶지만 갈등으로 괴로우니 참으로 모를 일입니다.
혼자일 때 외로워하는 우리와 달리 스승도 없이 혼자만의 길을 걸어 깨달음을 이룬 이가 있었으니 부처님 말고 남인도 천태산에서 홀로 선정을 닦은 나반(빈두로) 존자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나반존자를 모신 전각을 독성각(獨聖閣)이라고 합니다.
나반존자는 숙명명(宿命明), 천안명(天眼明), 누진명(漏盡明) 등 삼명(三明)과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능력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숙명명은 현재를 행위를 보고 전생을 아는 지혜요, 천안명은 현재를 보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지혜요, 누진명은 번뇌를 끊는 지혜입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일을 다 아는 삼명(三明)의 지혜를 갖추었으니 자리(自利)와 이타(利他)의 참된 길을 알고 행하는 성자입니다.
나를 이롭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남도 이롭게 하는 지혜를 갖춘 나반존자는 중생들의 공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더하여 중생들의 복을 증장 시키는 복밭(福田)이 되어 미륵의 용화세상이 올 때까지 사바세계 중생들의 고통을 달래준다고 합니다.
독성각도 조선시대 들어 널리 건립된 것으로 보아 산신, 칠성 등 토속신앙이 불교에 녹아들던 시기에 사찰에 유입되었다고 봅니다.
억불정책으로 위축된 조선시대 불교는 나름의 살길을 모색합니다.
조선중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탐관오리의 가렴주구가 심화되어 민초들의 삶이 극심하게 피폐해집니다.
고통받는 중생들이 복을 빌고 의지하기 위해 사찰을 찾습니다.
사찰에서는 근엄하신 부처님을 대신하여 다가가기 쉬운 나반존자를 내세워 하근기 중생들이 사찰을 찾도록 합니다.
독성신앙이 유행합니다. 그러나 나반존자는 엄하고 또 엄하십니다.
독성기도를 할 때는 공양물을 정성스럽게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고, 목욕재계를 하는 등 지극히 경건한 자세가 요구됩니다.
그래야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합니다.
다만, 그 한 가지 소원은 ‘물 한 잔만 마시면 원이 없겠다.’ 라던가 ‘몇 시간만 푹 자면 원이 없겠다.’ 라는 원으로 가름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독성기도처로는 청도 운문사 사리암이 있고 의정부 소요산 자재암 나반존자는 지불(紙佛)로 유명합니다.
이들 기도처에는 궂은 날씨를 탓하지 않고 기도객이 모여듭니다.
지극한 독성기도로 간절한 소원 한 가지를 이루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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