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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

15. 메시아를 기다리는 미륵전(彌勒殿)

by 혜림의 혜림헌 2024. 3. 26.

중생들이 살아가는 이 사바세계는 고통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이니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삶이 고통이요.

애별리고(愛別離苦)이니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하는 고통입니다.

원증회고(怨憎會苦)이니 미워하는 이를 만나야 하는 고통입니다.

구불득고(求不得苦)이니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니 고통입니다.

오음성고(五陰盛苦)이니 물질과 느낌과 생각과 의지와 인식(色受想行識)의 오온(五蘊)이 성성하니 이 또한 고통입니다.

 

현재의 삶이 고통으로 얼룩져 있으니 누군가(메시아)가 나타나서 구원해 주길 바라는 마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구입니다.

그 누군가가 있었으니 불교에서는 미륵(범어로 마이트레야)입니다.

기독교는 예수이고, 무슬림은 무함마드이며, 유대교는 기다립니다.

 

미륵부처님은 567천만 년이 지난 후 이 땅에 하생(下生)하여 용화수 아래에서 3회의 설법으로 286억 중생들을 교화합니다.

그리고 6년 뒤에 열반에 든다고 합니다.

 

이 땅에 내려간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중생들을 교화할 것인가?’

그 깊고도 깊은 고뇌와 사유의 내면을 외형적으로 표현해낸 불상이 바로 반 가부좌한 채 깊은 사색에 잠겨있는 미륵반가사유상입니다.

 

미륵불은 특이하게 미륵보살로도 불리는데 이유가 무엇일까요?

미륵은 인도 바라나시에서 바라문의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으로 부터 미래에 성불할 것.’이라는 수기를 받고서 도솔천에서 설법을 하고 있으니 상생(上生)미륵보살입니다.

이에 반해 567천만 년이 지난 후 성불하여 도솔천을 떠나 용화나무 아래에 내려오니 하생(下生)미륵불입니다.

도솔천에 계시니 상생이요 깨닫음을 선언하기 전이니 보살입니다.

이후 깨달으니 부처이고, 용화수(龍華樹) 내려오니 하생입니다.

 

신라 후기 금산사를 중창한 진표율사는 참회와 수행을 통해 지장보살에게서는 계법(戒法), 미륵보살에게서는 본각(本覺 깨달음의 본체)과 시각(始覺 후천 수행으로 본래 청정함을 앎) 2개의 목간자(木簡子)와 수기를 받고 미륵신앙의 새바람을 일으킵니다.

이렇듯 금산사 하면 미륵신앙의 본거지임은 분명하지만 미륵신앙의 금산사와 진표스님, 법상종을 한데 묶는 해설은 다소 의아합니다.

 

금산사 안내에서는 법상종 소의경전인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을 지은 미륵과 미륵불을 동일인인 것처럼 법상종 사찰이라고 합니다.

법상종(法相宗)은 중국 현장스님을 종조로 인식되는 존재의 현상즉 유식(唯識)을 탐구하고 요가(yoga)를 수행하는 종파입니다.

우리는 요가 하면 스트레칭을 떠올리는데 요가에서는 명상, 호흡이 가장 중요하고 스트레칭은 명상호흡을 위한 수단의 하나입니다.

결론은 미륵불과 유가사지론의 저자 미륵은 다른 인물로 봅니다.

 

미륵신앙은 민중 깊숙이 들어와 사회가 혼란할 때마다 고통받는 말세 중생을 구원할 미륵불을 자처하는 자들이 무시로 등장합니다.

종교가 정치에 이용된 사례이지만 그들이 미륵불은 아니었습니다.

 

미래불인 미륵은 희망이고 위안이니 도솔천에 공양하고 염불하고 참회하고 계를 지킨다면 미륵정토에 환생하는 복락을 받게 됩니다.

 

미륵불상을 모신 전각을 미륵전, 용화전, 자씨전, 장육전 등으로 부르는데 미래에 오실 부처님이기 때문에 주로 야외에 봉안됩니다.

- 미륵전(彌勒殿)은 미륵불을 모신 전각이라는 당연한 의미이고.

- 용화전(龍華殿)은 하생한 미륵불이 용화수 아래 설법을 뜻하고

- 자씨전(慈氏殿)은 마이트레야의 한역인 자씨를 모신 전각이며

- 장육전(丈六殿)은 모셔지는 미륵불의 크기가 일장 육 척(4.8m)이니 불상의 규모가 이름으로 굳어진 예입니다.

 

대표적인 미륵전은 국보 62호인 김제 금산사 미륵전입니다.

금산사 미륵전은 1층에 대자보전(大慈寶殿), 2층에 용화지회(龍華之會), 3층에 미륵전(彌勒殿) 등 미륵불을 상징하는 의미의 편액을 걸고 있어 미륵신앙의 성지임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1층 대자보전 편액은 대시주 김수곤의 딸 김민전이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