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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

10. 이름은 유불선의 합작품 누각(樓閣)

by 혜림의 혜림헌 2024. 2. 15.

평소 불교와 불교문화재에 관심이 있어 독학을 하고 있습니다.
공부에 공부를 더하기 위해 짧은 지식이나마 블로그에 기록을 합니다.
어느덧 10회를 맞이하였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불자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혹 잘못된 내용은 댓글 주시면 긴히 참고하겠습니다.
       2024년 2월 혜림헌에서 혜림 두손 모음
 
사찰의 문을 지나 주불전에 이르기 위해서는 누각(樓閣) 아래를 지나는 누하진입(樓下進入)을 하니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누하진입은 사찰이라서 특별하게 만들어진 현상은 아닙니다.
 
조선왕조가 들어서고 불교에 대한 탄압과 무시가 노골화 됩니다.
경치 좋은 사찰은 양반들의 유희장으로 그만이니 출입이 잦습니다.
무례하게도 이들은 말이나 가마를 타고 법당 앞까지 진입합니다.
그리하지 말란 말을 하면 보복이 있을 터.......
사찰에서는 누각 1층을 2m가 채 안 되도록 낮게 지어 버립니다.
양반들도 꼼짝없이 말이나 가마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으니 더 이상 부처님께 불경을 저지르지 않게 자비를 베푸는 지혜를 발휘합니다.
 
물론 모든 누각이 누하진입을 하도록 지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완주 화암사 우화루나 구례 화엄사의 보제루는 아예 통행이 불가능 하도록 하부가 막혀 있고 누각 옆으로 통행로가 있습니다.
 
그럼 누각이 지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평지에 사찰이 지어지던 시대에는 누각이 없이 중앙에 금당을 두고 뒤에는 강당(講堂), 앞에는 중문(中門)이 있어 이들 건물을 기다란 회랑이 감싸는 폐쇄형 가람 배치가 보편적이었습니다.
산지형 사찰 즉 경사지에 축조되는 건물은 주 불전과 마당, 진입부 사이의 높낮이를 극복하기 위해 축대와 계단을 필요로 합니다.
축대에 지혜를 더하니 1층은 통로가 되고, 2층은 공간이 확보되고, 허전하던 마당을 아늑하게 감싸 주니 누각이 지어진 이유입니다.
 
사찰의 대웅전 등 주불전은 당초 금당이라 불렀습니다.
금당이라 한 이유는 금색 부처님을 모신 불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에 대한 예경은 어떻게 드렸을까요?
금당 바닥은 네모난 벽돌(方塼)이 깔렸기 때문에 신도들은 신발을 신은 채 합장하고 부처님을 도는 형태로 예경을 행하였습니다.
 
이후 선종의 유입으로 큰스님들의 가르침(法門)이 보편화 되면서 금당은 법을 설하는 집 즉 법당(法堂)으로 이름이 바뀌게 됩니다.
또한, 법회와 재(齋) 등 행사가 활성화되면서 참석인원이 많아지 자 필요한 다용도 건물로 누각이 활발하게 건축되기 시작합니다.
 
오늘날의 누각은 진입로, 범종루, 불교용품점, 누마루, 대법회장, 교육전시장, 행사장 등으로 그 용도가 다양해졌습니다.
 
누각마다에는 널리 중생을 구제한다는 보제(普濟)루, 극락정토를 상징하는 안양(安養)루, 꽃비가 내린다는 우화(雨花)루, 떠오르는 해를 영접하는 빈일(賓日)루, 덕이 빛나는 덕휘(德輝)루, 구름 수레 가운(駕雲)루, 빈 수레 가허(駕虛)루, ‘영원하리라’는 만세(萬歲)루, 칠처구회(七處九會) 법회마다 빛을 발한 구광(九光)루 등 다양한 뜻을 담은 편액을 달고 있는데 그 이름에서 유불선(儒佛仙) 사상을 모두 만날 수 있습니다.
 
무릇 건축이란 집터의 경사도 등 지형지물과 토질, 물의 흐름은 물론 지하수, 강수량 등 다양한 요소를 감안하여 축조하게 됩니다.
평지사찰은 터 닦기가 쉽고 전각배치를 다양화 할 수도 있습니다.
산지형 사찰은 터를 닦고 대규모 축대와 계단을 설치하는데 엄청난 공력이 요구되고 전각을 배치하는 데도 세심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일부 사찰은 지형상 누각이 들어설 자리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사찰의 지향점과 누각이 서로 맞지 않아 짓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누각이란 건축물이 절집에 도입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재 무슨 역할을 하는 지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불상을 모시고 법당이나 행사장처럼 사용하거나, 각종 전시를 하고 차담을 나눌 수 있도록 개방하는 곳은 정말 칭찬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문을 굳게 닫아 걸고 나몰라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탁 트인 공간임에도 출입을 막기도 합니다.
필요와 재정, 기술력이 허락되어 지어진 누각이라면 소통과 화합이 어우러지는 신행의 공간으로 이용되도록 지혜를 구합니다.
(사진은 영주 부석사 안양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