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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

9. 한옥의 구조와 지붕

by 혜림의 혜림헌 2024. 2. 8.

한옥은 한반도에 내리는 비와 눈은 물론 바람, 기온, 지형지물과 건축재료 확보 용이성, 재정력과 기술력이 집합된 결과물입니다.

한옥 하면 떠오르는 게 부드럽고 기품이 느껴지는 지붕과 처마선을 가진 기와집이지만 실상 한반도에는 기와집이 많지 않았습니다.

기와집은 궁궐과 관청을 제외하면 일부 권력자와 재력가들이 99칸 저택에 살았을 뿐 일반 백성들은 초가삼간에서 살았다는 말입니다.

다만 기와집과 초가집은 외형상 지붕만 다를 뿐 둘 다 한옥입니다.

 

백과사전에 예산 수덕사 대웅전앞면 3, 옆면 4칸의 12칸 규모로 겹처마 맞배지붕을 한 주심포계 건물이다.’고 소개됩니다.

여기에서 은 건물의 기둥과 기둥 사이를 1칸이라고 합니다.

겹처마는 기둥 아랫부분이 비를 맞지 않도록 지붕의 처마를 최대한 길게 하는 부연(附椽 덧서까래)이 장치된 처마형태를 말합니다.

맞배지붕은 한옥 지붕의 한 종류로 대형 널판지 두 장을 맞대 얹은 모양의 단순미가 돋보이는 지붕 형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한옥은 맞배지붕 외에도 용마루·내림마루·추녀마루로 구성된 팔작지붕’, 용마루와 추녀마루만 있는 우진각지붕’, 팔모·육모·사모 등의 모서리지붕, 십자지붕 등 특수한 형태의 지붕으로 분류됩니다.

지붕은 기와, 나무(껍질), 볏짚, 억새, 돌 등 내구성이 좋고 구입이 용이한 재료를 선호하였지만 볏짚은 내구성이 1년에 불과합니다.

 

공포(栱包)는 기둥머리나 평방 위에 첨차와 소로를 짜 맞춘 한옥 구조물을 말하는데 위에는 도리를 얹어 지붕과 기둥을 연결합니다.

공포는 지붕에서 기둥에 전달되는 하중을 분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공포를 기둥 위에만 설치하면 주심포식’, 기둥과 기둥 사이의 평방에 추가로 설치하면 다포식건물이라고 합니다.

익공(翼工)은 건물의 기둥과 창방이 교차하는 지점에 보를 받칠 수 있게 한 부재로 개수에 따라 초익공, 이익공 등으로 부릅니다.

즉 건물은 주심포식, 다포식, 익공식 건물로 구분한다는 말입니다.

 

한옥은 기단을 다지고, 주초석 위에 기둥을 세워 하방·창방·평방··도리를 결구하고, 서까래에 개판을 깔아 지붕을 얹는 식입니다.

한옥의 복잡한 구조가 우리의 상상력을 압도할 만한 대형 건축물의 출현을 막았다고도 하지만 구조보다는 재료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한옥의 크기는 기둥의 숫자와 기둥사이를 연결하는 보와 도리 등에 사용되는 목재의 길이와 굵기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는 목재의 특성상 벽돌이나 돌처럼 조적하여 규모와 내구 하중을 늘릴 수 없었으니 대형한옥이 지어지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이 외에도 경제력과 기술력의 한계로 대형건물을 지을 수 없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온돌과 정부의 규제 때문입니다.

 

온돌은 고려말에 도입되어 조선 초에 전반적으로 보급됩니다.

온돌 난방은 선조들의 생활방식을 입식에서 좌식으로 변화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먹고, 생활하고, 잠자는 공간의 혁명을 일으킵니다.

온돌설치가 불가능한 고려조의 다층건물은 소리 없이 사라집니다.

철저한 계급사회인 조선왕조는 백성들이 사는 집까지 규제합니다.

천원지방(天圓地方)이니 하늘과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원형 기둥과 주초석, 공포는 궁궐과 사찰, 향교, 서원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기단의 장대석과 높은 굴뚝, 단청 역시 왕실급에서만 허락됩니다.

일반인은 사대부가라 할지라도 네모난 주초석과 기둥만 사용할 수 있었으며, 역시 막돌 기단과 옹기를 씌운 낮은 굴뚝만 허용됩니다.

집의 규모도 공신급이 99, 대군은 60, 공주는 50, 2품 이상 40, 3품 이하 30, 서민은 10칸을 짓도록 건축법에 정합니다.

1칸을 대략 9자로 보면 서민은 22, 2품 도지사가 88평의 집을 지을 수 있었으니 오늘날 아파트에 비하면 어떻게 생각되십니까?

다만 34대가 같이 산다는 점을 감안하여 생각하기 바랍니다.

 

이는 사치를 멀리하여 민초들과의 사이에 위화감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배려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과도한 규제로 산업과 기술의 발달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일단 자본의 축적을 어렵게 하고, 나무와 돌을 다루는 기술은 물론 염료화학 기술, 나아가 건축문화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한옥이지만 주재료인 목재는

벽돌, 시멘트, 석재, 철강은 물론 샌드위치 패널과의 경쟁에서도 밀려났습니다.

기와도 방수기술의 발달과 옥상 활용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일상에서 멀어진 한옥은 용어조차 생소한 유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랑스런 우리의 한옥에 대한 관심이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옥을 자주 접하고 이해를 높여 갔으면 합니다.

수천 년 우리의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던 한옥이지만 어느새 특별한 존재가 되어 안타까움이 큽니다.

이제라도 한옥이 좀 더 우리 곁에 가까이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