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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

7. 접견실 앞! 불이(해탈)문

by 혜림의 혜림헌 2024. 1. 25.

수미산 중턱 천왕문을 지나 정상에 이르면 제석천왕(帝釋天王)이 다스리는 도리천(忉利天) 위에 불이(不二)문이 있습니다.

불이문이 상징하는 불이(不二)란 무엇일까요?

불이란 둘이 아니고 나누어지지 않으며,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하나라는 말에 또 하나를 더해 둘이 되는 하나가 아닙니다.

상대 유한의 비교하는 세계가 아니라 절대 무한의 세계입니다.

구체적으로 불이란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예토와 정토가 둘이 아니며, 선악(善惡), 유무(有無), 색공(色空), 고저(高低), 장단(長短), 정오(淨汚)가 둘이 아니니

법계의 실상은 여여평등(如如平等)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불이라는 개념에 개별성이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개별성은 절대적으로 평등하고 절대적으로 자유로우며,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즉 개별성을 존중하되 비교하고 차별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문수보살이 유마거사에게 말합니다.

일체법에는 언설(言說)은 물론 보여주거나 알 만한 무언가가 전혀 없으니

모든 법문을 여읜 자리가 곧 불이의 법문(不二法門)’입니다.

이에 유마거사는 오직 침묵으로 일관할 뿐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분별함이 없는 유마거사의 침묵이 바로 불이(不二)입니다.

 

불교에서 바라보는 우주는 3(욕계, 색계, 무색계) 28천이 있고

그중 33천을 뜻하는 도리천은 욕계 6천의 제 2천에 있습니다.

동서남북 사방에 각기 8천이 있고 도리천 정상에는 제석천이 있어 도합 33천이니

제석천을 다스리는 이가 바로 제석천왕입니다.

제석천왕은 고대 인도에서 벼락과 천둥, 비바람을 관장하던 인드라 신이었으나

부처님께 귀의하여 불법 수호의 원을 세웠다고 합니다.

제석천이 오른손에 든 불자(佛子)는 중생들의 번뇌를 털어냅니다.

왼손에 든 금강저(金剛杵)는 탐욕과 죄악을 다스리는 지혜와 힘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늘의 천체물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3계와 28, 33천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본질과 상징으로 이해했으면 합니다.

 

불이(해탈)문은 모든 사찰에 지어지지 않아 수가 많지 않습니다.

유명한 불이문으로는 강원도 고성 건봉사 불이문과 전라남도 영암 도갑사와 충청남도 공주 마곡사의 해탈문이 있습니다.

건봉사 불이문은 네 개의 돌기둥에 금강저가 새겨져 있습니다.

도갑사 해탈문은 아주 평범해 보이는데 해체 수리할 때에

건축연대(1473년 성종4)가 정확히 밝혀져 국보(50)로 지정 되었습니다.

유물에서 글자나 연대가 확인된다는 의미는 당시의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유물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불자들은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불이문을 지나면서 악을 멀리하고(諸惡莫作), 선을 찾아 행하며(衆善奉行),

스스로 바른 마음을 지나고 살겠다는(自淨其意) 다짐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