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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노무현대통령 추모 글(영면에 드시던 즈음 작성했던 것임)

by 혜림의 혜림헌 2015. 12. 24.

노짱님을 보내는 글(추모사)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 가 ?

당신이 마지막으로 남기셨다는 글의 한 구절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5월의 하늘을 훨훨 날아

자연의 한 부분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요, 삶이 있으므로 죽음이 있는

그야말로 언제나 같이하는 존재입니다.

일찍이 2천6백여년 전 이 땅에 오신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행복과 불행 그 모든 것이

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항상 같이하는 존재임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사실임을 압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슬픔과 절망을 느낍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가정을 돌보지 못했고

그래서 당신은 알지도 못하는 사실을 가지

당신을 벌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모욕하기 위해

그들이 가진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는 자와

광기어린 여론 앞에 외로이 서 있던 당신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그리고 두렵습니다.

유와 정의, 인권과 평등, 지역주의를 타파하여

당신이 만들었을 사람 사는 세상에 살고자 했던

그 소박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대통령이셨던 당신이 고무장화에 밀짚모자를 쓰고

화포천에서 쓰레기를 줍고 오리를 방사하고,

손자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파안대소하던 당신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만든 이 세상이 두렵습니다.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겠다며 고향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던

최초의 대통령을 잃어버린 현실이 두렵습니다.

 

권력과 자본에 주눅 든 국민들도

큰 소리 치게 하던 당신이 없는 세상이 두렵습니다.

 

사라져야 할 사람들이 더 당당한 현실이,

목격자였고 방관자였던 무심한 사람들이,

염치가 없는 이 세상이 야속하고 두렵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님 영가시여 !

당신이 말씀하신대로

머리털과 손톱과 이빨과 가죽과 살과 힘줄과 뼈와 해골은

모두 땅으로 돌아가고

 

가래침과 고름과 피와 진액과 침과 눈물과 대변 소변은

모두 물로 돌아가고

 

더운 기운은 불로 돌아가고

 

움직이는 기운은 바람으로 돌아가서

사대가 각각 서로 헤어지나니.....

 

부디 극락왕생 하셔서

못다 핀 담배는 한 대만 더 피우시고

내생에는 꼭 성불하시옵소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무서가모니불 ! 나무서가모니불 ! 나무시아본사서가모니불 !

 

 불기 2553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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