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 나온 기사입니다.... 재밌어서...)
상사들은 왜 그리 회식을 좋아할까?
일이 많아 이직하는 사람은 없다
Q (사장한테 찍힌 것 같다는 남성) 40대 직장인입니다.
이전 직장에서 부지런하고 일 잘한다고 칭찬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직장에서는 8년 차에 접어들었는데도 적응이 어렵습니다.
저는 빈틈없이 일 잘하고 직원들과도 잘 지낸다고 평가받는 편입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저를 달갑지 않게 생각합니다.
주변 사람들 말로는
제가 사장님이 싫어하는 직원이나 아래 직원들과 두루 잘 지내는 걸 사장님이 싫어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사장님이 싫어하는 그 직원은 직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만큼
부지런하고 업무 능력이 뛰어나 대내외에서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직장 내에서 직원들과의 관계도 상당히 좋은 편이고요.
사장님은 그 사람을 무척 싫어하면서도
그 사람만큼 일을 해내는 사람이 없어 그냥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좋아하는 직원들은
사장님의 말에 절대 토 달지 않고, 신처럼 떠받들고,
알아서 사장님의 불편을 해소하는 사람들입니다.
직원들과의 마찰은 심하지만 오직‘사장님 바라기’로 살면서
그로 인해 파워를 얻어 모든 직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이들입니다.
저는 그 그룹에 속하는 게 싫고 부당하다는 생각에 그냥 제 일만 묵묵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직원이 저에게 사회생활을 못한다고 합니다.
그 말에 저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고, 지금도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A (사회생활 못한다 자책 말라는 윤 교수)
회사를 옮기려 할 때 일이 너무 많거나 일이 나와 잘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이유일 때가 많습니다.
실제 이유는 직장 내 인간관계 갈등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직장 상사와 관계가 불편한 경우 회사 생활은 견디기 쉽지 않죠.
그 상사가 사장이면 말할 필요도 없고요.
실제로 직장 상사와의 관계로 고민하는 사연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만큼 직장 상사와의 갈등은 흔하면서도 괴로운 일입니다.
반대로 이상적인 리더십을 갖춘 상사가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됩니다.
사회생활을 할 때 좋은 상사, 리더를 만나는 건 복이죠. 그러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좋은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선 상당한 자기 절제와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이라면 본질이 경쟁적이고 이익 추구가 목표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은 중요도에서 밀리기 쉽습니다.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란 제목의 심리 서적이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회사에 들어가기 쉽지 않고,
공격적 행동으로 대인 관계에 문제가 생겨서 쉽게 퇴사 당하게 되지 않을까 예상하지만
실제론 다르다는 내용입니다.
의외로 회사 내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거죠.
사실 누가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 회사 내에서는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실제 사이코패스는 다정하고 신사적인 모습일 수 있습니다.
사이코패스의 핵심 병리 증상은 공감 능력이 결여돼 있다는 겁니다.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끼는 자연스러운 마음의 반응입니다.
공감은 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의 마음을 사는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공감은 사람이 타고난 자연스러운 본성입니다.
타인을 공감하다 보면 그 사람에게 안 좋은 말과 행동을 하기가 어려워지죠.
회사라는 곳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라고 만들어진 조직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싫은 소리도 해야 하고 때론 조직을 떠나란 말도 해야 합니다.
이런 회사의 특성이 사이코패스 요소가 있는 사람과 잘 맞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린 한 배를 탄 한 팀이야’라고 오늘 이야기하고도
바로 다음 날 싸늘하게 ‘넌 더 이상 이 조직에 필요가 없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죠.
공감이 없기에.......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따듯한 마음의 소유자라 해도
치열한 비즈니스 전투 현장에서는 공감 능력이 감소하고 마음이 딱딱해지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제 안에서 그런 경험을 계속합니다.
사람을 사람이 아닌 내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평가하는 거죠.
사내 인간관계에 기대치 낮춰라
전 회사 내 인간관계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회사는 아름다운 곳이 아니란 이야기를 해드립니다.
내가 이상해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회사란 원래 갈등이 생기기 쉬운 곳입니다.
남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이 목적인 봉사나 종교 단체 안에서도 갈등이 존재하는데
하물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 안에서
사랑과 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관계만을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다른 회사는 다를까 옮겨 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기 일쑤입니다.
기대치가 높으면 더 실망하죠.
조직 안에서 맺어지는 인간관계의 한계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정하면 여유가 생기고 그러다 보면 우연찮게 좋은 관계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회사 내 인간관계로 고민하고 있다면 스스로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내가 사이코패스로 변해가는 것에 저항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싫든 좋든 다녀야 하는 회사란 에너지가 상당히 소비되는 곳입니다.
때문에 외부에 재충전을 위한 좋은 관계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상사도 부하에게 사랑받고 싶다
‘일 열심히 하는 나보다 회식에서 잘 노는 동료가 먼저 승진해서 속상하다’란 분을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회식할 때 보통은 상사가 같이 안 갔으면 하는 마음을 구성원들은 갖습니다.
편하게 회식하면 좋으니까요.
상사가 오면 스트레스 푸는 회식이 아니라 업무의 연장이 돼 버리고
특히 회식 자리를 즐기지 않는 분들에겐 일하는 시간보다 더 노동 강도가 큰 업무 시간이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 상사들은 회식에 꼭 참석하려 합니다.
일부러 상사가 다른 약속이 있는 날 회식을 잡아도
상사가‘1차 마치고 올 테니 기다리라’고 해서, 직원들은 우울하게
1차를 하고 늦은 시간까지 2차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상사들은 그렇게 회식에 참여하려 할까요.
표면적인 이유는‘나도 피곤하지만 그것이 리더로서의 책임감이다.
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 보상 심리가 존재한다고 느껴집니다.
어렵게 고생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는데 보상을 받고 싶은 거죠.
상사에게 회식 자리는 사랑과 관심을 받는 자리입니다.
내가 아무리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도 다 정신없이 웃어줍니다.
신동엽·유재석씨보다 더 인기를 얻는 순간이죠.
그래서 일만 열심히 하고 상사에게 잘 웃어주지 않는 직원보다 일은 대충해도 회식에 열심히 참여하고,
꼭 상사 모셔가고,
상사가 이야기할 때 정신없이 웃어주는 직원이 더 사랑받고 승진을 먼저 하는 황당한 경우도 생기는 거죠.
그런 리더가 좋은 리더는 아니지만 나보고 웃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낼 때 사람은 자아팽창감이 커지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자아팽창감은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감정이죠.
사람이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리더가 되려고 애쓰는 것도 일의 성취 이상으로
성취를 통해 내가 더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강력한 동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리더가 되기란 어렵습니다.
중심이고 되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구성원 입장에서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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