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머리가 꼬리가 되고, 꼬리가 머리를 잡아먹기도 합니다.
무상의 이치이니 당과 당간, 당간지주(幢竿支柱)가 그렇습니다.
당간지주는 당간을 지탱하기 위해 세운 두 개의 보조 기둥입니다.
당간은 사찰의 깃발인 당과 당을 거는 간짓대가 합쳐진 말입니다.
당을 거는 당간을 세우는데 필요한 조형물이 바로 당간지주입니다.
그런데 무상한 세월 속에서 주인공인 당과 당간은 대부분 실전되고 보조역할을 하던 당간지주가 남아 어엿한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통일신라 때부터 걸기 시작한 당의 기원을 알아 봅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거대한 돌기둥 즉 오벨리스크를 세웠습니다.
현재 다수가 반출되어 파리, 런던, 뉴욕, 바티칸에도 서 있습니다.
알렉산드로스의 인도 침공 이후 돌기둥 문화가 인도에 전해집니다.
인도의 아쇼카왕은 부처님의 사리를 나누어 탑을 설치하고 ‘이곳은 신성한 장소’라는 표시로 돌기둥 즉 ‘아쇼카의 석주’를 세웁니다.
불교가 전래 되면서 중요시설에 석주를 세우는 문화가 들어옵니다.
당간지주와 당간, 당을 설치해 봅니다.
깃발을 걸기 위해서는 국기 게양대처럼 기다란 간대가 있어야 하고 간대 즉 당간은 보조기둥인 지주가 있어야 세울 수 있습니다.
당을 거는 간대는 처음에는 나무로 만들었지만 수명이 짧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돌이나 철 등의 튼튼한 금속으로도 만듭니다.
돌이나 나무, 철로 만든 당간은 무겁고 높이가 있어 이를 세우기가 쉽지 않으니 육중한 보조기둥 즉 지주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기단을 설치하고 2m 내외의 커다란 기둥 2개를 세웁니다.
당간지주 안쪽에는 간을 고정하는 간구(竿溝)와 간공(竿孔)을 파고 기단에는 기둥을 고정할 수 있도록 홈을 만들었습니다.
간구는 안쪽 상단에 있으며, 아래의 간공 숫자는 일정치 않습니다.
현재 오래된 당(깃발)도 없고 새로운 당도 걸지 않습니다.
그나마 당간은 사라지고 당간을 지탱하던 당간지주만 전해집니다.
남은 당간지주도 대부분 신라말 이후 작품입니다.
당간 맨 위를 장식하던 당두(幢頭)는 박물관에서도 보기 힘듭니다.
현존하는 공주 갑사, 청주 용당사지, 안성 칠장사 당간은 철제이고 나주 동문, 담양 간사리, 양산 통도사 당간은 석제입니다.
영주 부석사·숙수사지, 김제 금산사, 안양 중초사지, 춘천 근화동, 서산 보원사지, 천안 천흥사지 당간지주가 보물로 전해집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 아픈 다리를 끌고 멀리 보이는 당을 바라보며 부처님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에 힘을 내던 일은 먼 추억입니다.
(호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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