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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구경

86. 그 옛날 사찰의 조명기구 석등(石燈)

by 혜림의 혜림헌 2025. 8. 1.

사찰에서도 야간의 생활이 있으니 조명을 필요로 하였습니다.

필요에 의해 설치된 조명이지만 신도들이 자주 찾는 전각과 탑에는 화려한 장엄을 한 등()을 설치하고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가난한 여인이 연등불에게 바친 빈자(貧者)의 일등(一燈)은 진리의 광명으로 불성을 밝히는 법등(法燈)이라고 말합니다.

 

석등은 언제부터 설치되었을까요?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부여 가탑리사지에서 백제시대 석등 대석이, 익산 미륵사지에서 옥개석·화사석·연화대석의 부재료가 나옵니다.

891(진성여왕 5)에 건립된 보물 111호 담양 개선사지 석등에는 화사석에 건립석등(建立石燈)’이라는 기록이 나옵니다.

 

석등의 형태는 기단부에 기둥돌(竿柱石)을 세우고 상대석을 얹은 다음 불을 밝히는 화사석(火舍石)과 지붕돌(屋蓋石)을 설치합니다.

지붕돌 위 상륜부에는 탑처럼 보주(寶珠)로 아름답게 장식합니다.

석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등불을 밝히는 화사석인데, 대체적인 모습은 8각이고, 네 면에 화창(火窓)을 낸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8각형의 전형을 보여주는 부석사 석등은 4각 지대석 위에 복련석, 간주석, 앙련 받침돌, 화사석, 옥개석까지 8각으로 만들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호남지방에서는 8각 간주석과는 다른 장구 몸통을 닮은 고복형(鼓腹形) 간주석을 갖춘 석등이 등장합니다.

고복형인 화엄사 각황전 석등, 임실 진구사지 석등, 실상사 석등은 화사석의 8면에 모두 화창이 뚫려 있고 커다란 귀꽃이 강조됩니다.

실상사 석등에는 특이하게 돌로 만든 점화용 계단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색적인 형태로 사자를 활용한 석등이 있습니다.

두 마리 사자(雙獅子)8각이나 고복형 간주석을 대체하여 화사석 받침인 앙련석을 들거나, 엎드린 사자의 등에 올려진 형태입니다.

통일신라시대 제작으로 법주사 쌍사자 석등, 광양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 합천 영암사지 쌍사자 석등은 쌍사자가 등을 든 형태입니다.

고려시대 고달사지 쌍사자 석등, 조선시대 회암사지 쌍사자 석등, 청룡사 보각국사 정혜원융탑 석등은 사자 등에 간주석을 세웁니다.

사자를 활용한 석등이지만 표현방법은 다양합니다.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 석등은 네모난 지대석 위 복련석에 왼쪽 무릎을 세운 스님이 왼손으로 보주를 받쳐 들고 있습니다.

부인사 금당암지 석등은 화사석 2개에 불을 밝히는 구조입니다.

 

고려시대 석등은 둔중해지고 네모난(方形) 형태로 변화합니다.

논산 관촉사 석등과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개성 현화사지 석등은 원형 간주 위에 4각형의 앙련석을 얹은 형태입니다.

조선 초기에 건립된 회암사지 쌍사자 석등과 청룡사지 사자 석등의 상대석·화사석·옥개석 역시 4각으로 되어 있습니다.

 

장명등(長明燈)은 고려시대 개성 공민왕릉에 처음 선보입니다.

조선시대 들어 왕실 능원에 설치되다가 사대부 묘까지 확대됩니다.

길고 가늘던 간주석이 짧고 두툼하게 변화하였는데, 간주가 퇴화된 대신에 장식성이 강화되어 화사석이 길게 커지기도 합니다.

 

석등의 빛나는 불이 길 잃은 이에게 한 줄기 빛이었으면 합니다.

석등이 아니어도 불교는 세상을 밝히는 불빛이 되어야 합니다.

(합천 영암사지 석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