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 소리.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홀로 울게 하여라!
이은상의 시조에 홍난파가 곡을 쓴 ‘성불사의 밤’이라는 노랩니다.
여기에 나오는 풍경소리의 ‘풍경’이 바로 풍탁의 다른 이름입니다.
사찰 전각의 추녀나 탑의 옥개석에 달아 바람이 불면 소리를 내니 ‘풍령(風鈴) 또는 풍경(風磬)’이라고도 합니다.
경주 감은사지와 익산 미륵사지에서 풍탁 유물이 출토됩니다.
오래된 탑의 옥개석 끝에 풍탁을 매달았던 구멍이 발견됩니다.
금속·유리·도자기·대나무·조가비·나무를 줄에 연결하여 울리게 만든 조각품을 풍탁이라 하는데 바람의 흔들림으로 울리게 됩니다.
일반적인 풍탁은 범종을 소형화 한 형태로 보면 됩니다.
그렇지만 풍탁에서 범종으로 변화·발전되었다는 게 정설입니다.
따라서 풍탁과 범종의 차별점은 크기에 불과하다고 보여집니다.
풍탁은 안쪽에 종을 때리는 추가 있고, 추 아래에는 물고기 모양을 한 얇은 판을 달아 바람에 흔들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풍탁은 듣는 이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만들어진 법구입니다.
물고기 모양의 얇은 금속판이 바람에 날려 나태함을 일깨워줍니다.
눈을 뜨고 잠을 자는 물고기처럼 수행자가 깨어 있기를 바랍니다.
가벼운 바람에도 울림을 주는 풍탁의 소리는 청아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듣는 이에게 환희심과 자비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중국과 일본은 가정에서 풍경을 달아 소리를 감상하였습니다.
19세기 이후에는 서양에도 전파되어 널리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환희심을 불러 일으키는 풍탁이지만 세상사 양면이 있습니다.
그윽한 풍탁의 울림도 심한 바람에는 소음이 되는 게 이치입니다.
그윽함과 소음이라는 두 울림을 다 담아내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그윽한 풍경소리에 마음의 평안이 함께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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