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불이 뭐야?’ 하겠지만 괘도나 스크린을 생각하면 됩니다.
야외 법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특수 제작한 이동용 불화입니다.
탱화이지만 이동에 초점을 맞춰 거는 장소가 자유로운 불화입니다.
법회가 열리는 곳은 법당(法堂)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오신날이나 수륙재(水陸齋), 영산재(靈山齋), 예수재(豫修齋), 기우제(祈雨祭) 등 다수의 대중이 모이는 날에는 비좁은 법당에 신도들이 다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법당에 들어가지를 못하니 불상도 보이지 않고, 스님의 법문마저도 들리지 않으니 웬지 소외된 느낌이고, 신심이 우러나지 않습니다.
이에 야외에 봉안할 행사전용 불화가 만들어지니 바로 괘불입니다.
괘불은 야외에 거는 만큼 크기가 상상 이상으로 큽니다.
대작은 높이 15m, 폭 10m 이상이니 1만 호(號)가 넘습니다.
괘불은 비단 보자기에 싼 후 법당 뒤편의 괘불함에 보관합니다.
행사 때 괘불을 이운하여 괘불대에 거는 작업은 20여 명의 장정이 참여하는데 이들은 엄숙성을 위해 입에 재갈을 물도록 합니다.
구부릴 수도 없어 법당에 괘불문을 만들어 반입과 반출을 합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괘불은 책임 화사(畫師)와 제자들이 참여하여 장시간 제작하는 만큼 비교적 화기(畵記 제작 기록)가 정확합니다.
사용된 지질과 직물, 안료, 목공예와 표구법, 종교의례 등 회화사 연구와 사찰의 운영실태를 알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다만, 삼베나 비단 또는 한지를 여러 겹 배접하는 재료는 내구성이 약하고, 잦은 이동에 따른 훼손 위험이 커 1623년 작 나주 죽림사 괘불이 가장 오래되었고, 대부분은 18세기 이후 작품입니다.
다양한 괘불이 전해지고 있지만 영산회상도가 가장 많습니다.
그 외 약사회상도나 아미타회상도, 미륵회상도 등이 있고 노사나불회상도와 관음보살도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무질서한 야단법석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야단법석은 한문으로 野壇法席과 惹端法席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중 野壇法席은 ‘야외에 펼친 단’이라는 야단(野壇)과 ‘법을 설하는 자리’란 뜻의 법석(法席)이 합해진 말로 주로 사찰행사를 말합니다.
또 다른 惹端法席은 ‘야기요단(惹起鬧端)’에서 나온 말입니다.
‘야단 났다.’ 할 때 쓰는 말로 야기(惹起)는 ‘나쁜 일을 일으킨다.’는 뜻이고, 요단(鬧端)은 ‘아주 시끄러운 상태’를 말합니다.
괜한 시비 거는 것을 ‘야료 부린다’ 하는데 야기요단의 준말입니다.
사찰에서 말하는 ‘야기요단’은 진리에 대한 물음의 자리입니다.
즉 진리에 대한 의심을 묻고 답을 하는 법문 자리를 말합니다.
野壇法席이든 惹端法席이든 사람이 모이니 시끌벅적합니다.
좋은 뜻의 야단법석이 무질서하고 시끌벅적한 나쁜 뜻이 되었으니 불자들은 안타깝게 생각되지만, 단어도 시대에 따라 변화합니다.
현재 110점 내외의 조선시대 괘불이 있지만 보기가 어렵습니다.
이유인즉 훼손을 우려하여 특정 행사, 비바람이 없는 날씨, 문화재 관리 등 수많은 제약과 검토를 통해 괘불대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괘불을 이동하면 사찰에 안 좋은 일이 발생한다는 속설까지 더해져 1990년대만 해도 학술적인 조사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근래 들어 성보박물관에 괘불을 상설 전시하는 사찰이 있어 그나마 괘불을 친견할 수 있으니 양산 통도사, 여수 흥국사, 진주 청곡사, 부산 범어사 등입니다.
귀한 문화재는 보존이 중요 하지만, 괘불은 걸어야 괘불입니다.
(마곡사 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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