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출자 버스사업 17년째…우리마을 살만해졌습니다.
지난 6일 강원도 설악산 입구 백담마을의 축제장에 모인 아이들이 맘껏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 마을에 살고있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만도 120명이 넘는다. |
[99%의 경제]
설악산 백담사 입구 ‘백담마을’
용대향토기업 백담사~백담마을 7.2㎞
왕복운행하는 마을버스
1996년 백담사서 사업권 받아
주민 25명 3백만원씩 출자
직원 18명 모두 마을주민
급여 모두 월2백만원 넘어
운행못하는 겨울에도 기본급
이익금 상당액 마을발전기금
그 돈으로 공장…판매장…
늘어나는 주민들
살림·인심 넉넉해지면서
2009년 303가구→2011년 315가구
유치원·초등생 80여명 중고생 40명
어린이집 40명 아이들 북적
일자리가 넘치고, 아이들 웃음이 있는 마을!
지난 6일 강원도 인제군 설악산 백담사 입구의 용대2리 백담마을을 찾았다. 산골짜기에 자리한 마을회관 입구에는 한 달째 ‘버스 기사 모집한다’는 용대향토기업의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기본급 100만원에, 실제 급여는 200만원에 이른다고 했다. 시골에서는 아주 좋은 일자리다.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이 하나 있었다. 마을에 2년 이상 거주한 주민이어야 한다.
용대향토기업의 박문실 대표(가운데)가 마을을 찾아온 이기원 한림대 교수(오른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운전기사 12명, 검표와 개표 직원 3명, 사무실 직원이 3명이에요. 18명의 마을 주민 일자리를 창출하지요. 지금 같은 성수기에는 임시직원을 6명 더 씁니다. 용대향토기업은 우리 백담마을을 살린 보물단지입니다.” 경리 일을 하는 김희연(37) 주임은 14살, 8살, 6살 세 아이를 둔 엄마 직원이다. “춘천에서 살다가 8년 전에 고향 마을로 돌아왔어요.” 18명 직원의 급여는 모두 월 200만원을 넘어선다. 버스운행을 하지 못하는 겨울철 석 달 동안에도 기본급을 받는다. 영리보다 공동체를 앞세우는 향토기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용대향토기업은 이익금의 상당액을 마을발전기금으로 내놓는다. 연말이면 가구당 20만원씩의 이익배당금도 지급한다. 마을발전기금 출연액은 지난해에 4억원이었고, 올해도 2억8천만원에 이르렀다. 백담마을은 그 돈을 또다른 주민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요긴하게 쓰고 있다. “마을 회관의 상근자가 5명이나 돼요. 이장과 정보화마을 사무장, 체험 사무장, 도서관 사서, 미술교사이지요. 우리 5명의 급여가 마을발전기금에서 나옵니다. 도서관 사서는 베트남 이주여성이에요.”(정연배 이장·48)
올 11월부터 가동하는 마을의 가공공장과 지난 2월에 문을 연 판매장을 세우는 데도 용대향토기업이 큰 몫을 했다. 각 4억원에 이르는 건축비의 절반이 용대향토기업의 마을발전기금으로 충당됐다. “황태와 마가목 가공품을 생산하는 가공공장에서는 17명이 일할 겁니다. 앞으로 25명까지 고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판매장에서도 3명이 일해요.”(정 이장) 마을 앞을 관통하는 도로변에 설치한 판매장에서는 반년 만에 이미 5천만원이 넘는 흑자를 냈다. 연말까지 1억원의 순수익을 기대한다. 특산물과 가공품을 마을에서 직접 만들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백담마을에서는 마을 노인이나 장애인 주민에게도 마을 축제 등의 가벼운 일자리를 맡기는 미풍양속을 만들었다. 6~7일 이틀 동안 열린 ‘마가목 문화축제’에서는 84살의 윤석매 할머니가 아이들의 팝콘 봉지에 옥수수와 참기름을 담아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에게도 젊은 일꾼들과 똑같이 3만5천원의 일당과 3천원의 간식비가 지급된다고 했다. “이제 우리 마을은 살 만해졌습니다.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주민들을 위한 사업을 잘 만들어나가는 게 앞으로의 꿈입니다. 새로 문을 여는 가공공장도 사회적 기업으로 꾸려나갈 생각이지요.” 정 이장의 포부이다.
살림과 인심이 넉넉해지면서, 백담마을은 새로 집을 지어 들어오는 주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백담사 유명세를 타고 주민들이 운영하는 펜션과 판매점·식당들도 많아졌다. 2009년 303가구 668명에서 지난해 315가구 678명으로 인구가 늘어났다.
뭐니뭐니해도 백담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만 80여명이고, 중고생까지 합치면 120명에 이른다. 어린이집에도 40명의 아이들이 북적거린다. 마을 회관에서는 수준 높은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습부진아를 이끌어주는 선생님도 초빙한다. 마가목 문화축제 첫날인 6일의 하이라이트 또한 아이들의 ‘방과후 페스티벌’이었다. 밴드와 사물놀이, 댄스 등 아이들의 공연 경쟁이 이어졌고, 관중석의 앞자리는 100명 가까운 아이들이 차지했다.
“용대향토기업의 버스사업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백담마을의 살림살이는 인근 마을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백담사에서는 어려운 마을 돕자고 버스사업권을 넘겨주었고, 마을에서는 그 사업의 이익금을 잘 활용했습니다. 주민 일자리 늘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넘치는 마을로 살려냈습니다.” 인제군의 마을리더 교육을 이끌어온 이기원 한림대 교수는 백담마을을 ‘아이들과 어르신이 존중받는 마을공동체’의 모범사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백담마을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마을총회에서 투명하게 합의로 끌어내는 전통을 만들어냈습니다. 용대향토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 또한 마을총회이지요. 백담마을 성공요인을 꼽자면, 그게 첫번째예요. 신뢰를 통한 합의, 그리고 배려이지요.”
인제/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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