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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

81. 구운 벽돌로 쌓은 전탑(塼塔)

by 혜림의 혜림헌 2025. 6. 28.

벽돌은 진흙을 이겨 성형한 후 건조하는 단순한 재료였습니다.

이후 갈대나 석회 등을 넣고 유약을 발라 고온으로 구워 만듭니다.

벽돌은 견고하며, 물과 불에도 강하고, 조형 가변성도 뛰어납니다.

벽돌은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널리 쓰이진 않았습니다.

이는 삼국시대 이후 구한말 이전까지 벽돌을 구워낼 만한 기술력이 보편적이지 않았거나, 효능 대비 비용이 과했을 수도 있습니다.

기후적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의 여름철 집중호우로 약해진 지반은 무거운 벽돌을 지탱하기 어려운 구조역학 면에서도 찾아봅니다.

 

박제가와 홍양호 등 조선의 실학자들은 벽돌사용을 권장합니다.

그럼에도 법당 바닥재인 방전(方塼). 묘지석, 수원화성 축성, 목조건물의 벽장식 등 보조재료로 사용될 뿐 일반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구한말인 18985월 준공된 명동성당은 189258일 기공과 함께 중국인 목공, 석공, 벽돌공이 참여하여 공사를 진행합니다.

조선인 석공을 제외하면 벽돌공 등은 거의 중국인이었다고 합니다.

 

전탑의 나라 중국은 벽돌을 굽고, 고소작업에 필요한 비계, 조적 기술을 개발하여 15층 전탑을 지을 정도로 건축기술을 자랑합니다.

정광 4(523)에 벌써 하남 숭악사에 15층 전탑이 세워집니다.

유명한 시안 자은사 대안탑은 701-704년에 보수되었다고 합니다.

 

한반도의 전탑은 통일신라기 운문사 전탑이 기록으로 전합니다.

실제 안동시에 3(법흥동 7층탑, 운흥5층탑, 조탑동 5층탑), 칠곡 송림사 5층 전탑, 여주 신륵사 7층 전탑 등 5기가 전합니다.

전탑과 달리 석재를 벽돌처럼 가공하여 쌓은 모전석탑도 전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전탑은 벽돌이 100% 사용된 중국의 전탑과 달리 기단이나 감실, 탑신에는 일부 화강암이 사용된 점이 다릅니다.

이는 보편적 재료인 화강암이 보수과정에서 사용되었다고 봅니다.

 

한반도의 전탑에 대해서는 건립 관련 기록이 아예 없습니다.

안동과 칠곡군 소재 전탑 4기는 통일신라, 여주 신륵사 다층전탑은고려시대로 건립시기를 특정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한반도에는 전탑과 비슷한 형태의 모전석탑이 다수입니다.

경주 분황사탑, 제천 장락동탑, 태백 정암사탑, 영양 현리탑, 영양 불감동탑은 석재를 벽돌처럼 잘라 만든 전탑계 모전석탑입니다.

이에 비해 석탑계 모전석탑은 지붕돌과 지붕돌 받침만 전탑 모습을 하고 있으며, 탑의 몸돌은 일반의 석탑과 거의 유사합니다.

석탑계 모전석탑은 의성 탑리와 빙계동 5층탑, 선산 죽장·낙산동의 5층탑, 경주 서악리와 남산리 3층석탑 등이 있습니다.

 

전탑과 모전석탑에서는 특이하게 감실을 볼 수가 있습니다.

감실은 탑에 설치된 자그마한 방으로 불상을 모신 경우가 많습니.

전탑과 모전석탑은 층수 구분을 위한 지붕돌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는 조적조 특성상 지붕돌을 충분히 돌출시켜야 볼륨감과 비례감, 그리고 안정감이 확보되어 탑이 날렵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신세동탑과 신륵사탑은 최대 11단의 낙수면과 9단의

받침돌을 쌓아 나름의 볼륨감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전탑처럼 벽돌을 쌓아 만드는 건축은 지반을 다지고 벽돌을 굽고, 조적을 하는데 상당한 정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합니다.

전탑에 사용되는 벽돌은 적게는 2만에서 많게는 5만 개가 됩니다.

벽돌을 접착제도 없이 조적하는 기술은 고도의 정밀성을 요합니다.

수만 개의 벽돌을 무너지지 않게 쌓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겁니다.

벽돌식 건축물은 기술력이 담보되지 않았거나, 적절히 보수가 되지 않으면 태풍 등의 재해에 다른 건물보다 쉽게 붕괴되기도 합니다.

실제 안동 금계리 전탑은 1959년 태풍 사라호 때 무너져버립니다.

한반도 내 전탑이 5기에 불과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반도에 있는 5기의 전탑은 귀하고 귀한 문화재입니다.

안동에 가실 기회가 있다면 전탑 3기를 답사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인근 영양군의 모전석탑과 칠곡의 숭림사도 기억하시라 권합니다.

(동부동탑에서 운흥동탑으로 개명한 탑, 옛 안동역에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