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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

64. 신의 무리를 그린 신중탱화(神衆幁畵)

by 혜림의 혜림헌 2025. 3. 1.

부처님께서는 거대한 승가조직의 갈등을 지혜롭게 정리하십니다.

부처님의 열반 이후 제자들은 이론적, 현실적으로 분화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방식이 저마다 달라집니다.

그 사이 위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파미르고원과 텐샨산맥을 넘고, 중앙아시아 평원과 타클라마칸 등 사막을 지나 중국에 도달합니다.

다시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수 백년 동안 교리는 더욱 분화합니다.

문제는 새로운 사상과 종교가 토착인들에겐 너무 낯설다는 겁니다.

처음 접하는 음식에 손이 가지 않는 이치와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기존질서와 타협하는 퓨전화가 이뤄집니다.

인도의 불교와 중국, 우리나라 토속신 사이에 융합이 일어납니다.

불교가 인도, 중국, 우리나라의 신을 수용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원주민들이 과감하게 외래문물을 수용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만난 토속신을 불교에서는 호법선신 즉 신중이라고 합니다.

초창기에는 인도와 중국 우리나라의 39위가 신중으로 자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39위로는 그 많은 신들을 다 수용할 수 없습니다.

힘 있는 신중을 추가로 수용하다 보니 어느덧 104위가 됩니다.

인도의 브라만(힌두교) 신보다는 그 숫자가 적기는 합니다.

 

신중탱화의 기본구도에 대해 알아봅니다.

상단에는 석가화현 대예적금강신과 8금강, 4대 보살, 10대 명왕을 비롯한 인도의 토속신이 주로 자리합니다.

중단에는 범천과 제석천, 천신, 용왕, 아수라를 비롯한 팔부신중과 칠원성군, 삼태육성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신들이 배치됩니다.

하단에는 법을 수호하는 호계신, 복덕신, 토지신, 도량신, 가람신, 산신, 강신, 풍신, 목신, 축신, 방위신 등 한국의 신이 자리합니다.

 

신중탱화는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정형도 변화합니다.

먼저 대예적금강신이 중심이 되는 탱화입니다.

상단 중앙에는 대예적금강신, 좌우에는 제석천과 범천, 아래쪽에는 동진보살(위태천신)과 성군, 명왕, 천녀를 배치하는 구도입니다.

 

둘째 동진보살(위태천신) 중심의 탱화입니다.

동진보살은 중앙에, 범천과 제석천은 좌우에 자리하는 구도입니다.

 

셋째는 범천과 제석천이 중심이 되는 탱화입니다.

제석탱화라고도 하며 비교적 소규모 탱화에 주로 적용됩니다.

 

넷째는 신장탱화입니다.

동진보살을 중심으로 팔부신중을 왼쪽에 십이신장을 오른쪽에 배치하는데 무장한 십이신장이 도드라지기 때문에 신장탱화라 합니다.

 

신중은 벽사(辟邪), 외호(外護), 소재(消災)의 역할을 합니다.

벽사는 사찰에 무단 진입하는 삿된 자들을 막아주는 경비병입니다.

외호는 불법을 지키고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경호원입니다.소재는 사찰과 중생들을 괴롭히는 재난을 진압하는 소방관입니다.

 

불보살님은 저 높은 곳에 있어 다가가기가 웬지 껄끄럽습니다.

불보살님을 대신하여 우리의 서원을 들어줄 누군가를 찾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외호, 벽사, 소재라는 신중 본연의 역할에서 조금씩 벗어나는가 했는데 급기야는 신앙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청와대 경비병, 경호원, 소방관이 대통령을 팔았다면 직권남용이요 민원처리를 거래했다면 뇌물죄와 변호사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원처리에 부처님은 너무 멀고 신중은 가까우니 어쩝니까?

맘 편히 신중님께 기도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