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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회상

인연아닌 인연 고창 문수사

by 혜림의 혜림헌 2011. 3. 14.

 

전북 고창군 청량산에 문수사가 있는데요.
이름 그대로 문수보살을 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눈 쌓인 청량산에 들러 문수보살님을 친견한지 1년여......

웬지 혀를 내민 듯한 장난끼 어린 문수보살님이 눈에 밟힌다. 왜일까 ?
가 뵈어야지 ! 하면서도 시간을 내지 못했지만 이미 깊어버린 가을을 아쉬워하며 길을 재촉한다.
그날이 바로 11월 하고도 14일.......

1시간 넘게 달려간 청량산 초입은 이미 가을이 아니라 겨울이다.
하지만 제2주차장을 지나 제1 주차장에 이르는 곳에 사진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 여럿이다.
차에서 내려 청량산을 둘러보는 순간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물푸레나무는 흡사 오월 새싹을 틔우는 나무처럼 푸릇하기 그지없고 한 아름도 더된 단풍나무도 아직까지 선홍색 아름다움이 그대로이다.
어찌 그뿐인가 ? 수국은 아직도 파란잎과 꽃을 간직하고 있으니, 초목이 계절을 잊음은 아닐 것이요, 서해에서 부는 해풍이 그지없이 온화함에 기인하리라.

절 마당에 이르니 임시 대웅전이란 글씨가 현판을 대신하고 있고, 탐스런 동백나무는 벌써 몇 송이 꽃을 피우고 있다.
대웅전 위쪽에 문수전이 있으니 이를 무어라 설명할 것인가 ?
대개의 경우 주불전이 맨 위나 아니면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순천 송광사는 승방이 대웅전 위쪽에 있어 승보사찰임을 알 수 있고, 해인사는 장경각이 대적광전 위쪽에 있어 법보를 숭하는 절집임을 알 수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 절집중에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을 별도로 모시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고 한다.
오대산 상원사에 세조의 등을 밀어주어 병을 낫게 한 문수보살을 기리는 동자상이 조성되어 있다지만 아직 친견하지는 못했다.

문수사 문수전은 둘이 서면 가득 찰 정도로 좁다.
돌로 조성된 문수보살님은 2미터가 채 안되지만 천진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혀를 조금 내민 듯도 하고, 아랫입술이 도드라진 것 같기도 하다.
어이하여 제 발걸음을 인도했는가를 묻고도 싶으나 그저 일심으로 합장 저두의 예를 올린다.
한번, 두 번, 횟수가 늘수록 등에 땀이 베인다.
할 수 없이 겉옷을 벗은 후에야 유원반배(고두례)를 마지막으로 백팔배를 마친다.
문수사는 좁은 지형에 설계된 절집이라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도 없다.
바로 몇 걸음 옆에 금륜전이 있고, 앞에는 대웅전이 있다.

대웅전엘 들어서니 세분 부처님께 고깔이 씌어 있다.
아마도 불사를 마치고 점안법회를 열기 전인가 보다.
삼배의 예를 올린다.
요사에서 나물을 다듬는 보살님께 점안법회 날짜를 물으니 내일(11월 15일)이란다.
아하 ! 그래서 문수사 부처님께서 이 못난 중생을 불러들였구나.
다시 한번 그 가피에 감사를 드린다.
주지스님께 차 한잔 얻어 마시고 싶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참배객이 아닌 관광객으로 치부되고 있으니 내 정성이 부족했나 보다.

문수사는 고창군 고수면 청량산에 있다.
644년 자장율사께서 창건하였다 하니 그 역사가 1천4백년이다.
청량산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세가 예사롭지 않고 수백년된 아름드리 나무가 있어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산이다.
그 깊이는 억만중생을 품에 안고도 남을 만큼 포근하니 이를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
부도전에도 십여기의 부도가 있으니 절집의 역사가 짧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고즈넉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분에게 전북 고창군 고수면 문수사 참배를 권해드린다.

유하//혜림 합장

가시는 길 : 호남고속도로는 정읍 나들목, 서해안고속도로는 고창 나들목으로 나와 고창 영광간 국도 23번으로 갈아타고 영광쪽으로 12킬로미터 가면 문수사 표지가 여러 군데 있음.
고창읍성, 고인돌 공원, 선운사도 머지않은 곳에 있으니 두루 둘러보아도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