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와 조선 시대의 객사는 관리들의 출장지용 숙소였습니다.
왕명인 교지를 전하는 등의 임무를 띤 조정의 칙사가 유숙합니다.
더 중요한 용도는 고을의 수령이 매월 1일과 15일 한양의 왕에게 인사를 드리는 행사 즉 망궐례(望闕禮)를 올리던 곳입니다.
지방관도 부임하면 먼저 객사에서 한양의 왕에게 인사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감영이나 군현에까지 객사가 설치되었습니다.
전주 객사는 조선 성종 2년(1471) 전주사고를 짓고 남은 목재로 서익을 고쳐 지었다는 기록에서 그 이전에 건축된 걸로 보입니다.
현재의 객사는 정유재란으로 불에 타버려 재건된 건물입니다.
일제감점기에 도로개설을 이유로 동익헌을 철거해버렸지만 1999년 현재대로 복원하였으니 나뭇결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객사는 주관(主館), 동서익헌(東西翼軒), 수직사로 구성됩니다.
우선 주관은 정면 삼 칸, 측면 두 칸의 맞배지붕을 한 건물입니다.
주관에서는 왕의 상징인 전패(殿牌)를 모시고 망궐례를 올립니다.
주관에 걸린 대형의 ‘풍패지관(豊沛之館)’ 편액은 따로 설명합니다.
주관 박공 아래에 덧댄 동익헌은 정·측면이 3칸의 팔작지붕입니다.
역시 주관에 덧댄 서익헌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입니다.
양익헌 건물 모두 2단 마루에 방을 설치하여 숙소로 사용합니다.
수직사는 객사 관리인의 거주와 근무대기 시설로 보면 됩니다.
풍패지관은 임금에게 예를 올리는 장소로 위상이 매우 높습니다.
주초석은 소박하게 자연석을 최소한으로 다듬은 덤벙주초입니다.
건물은 주심포 양식으로 창방과 평방 사이에 화반을 얹어서 하중을 분산하고, 쇠서를 기다랗게 치장하여 위엄을 더합니다.
주관에는 정면을 분합문으로 설치하여 망궐례 등의 행사에 편리를 도모하고, 각 문은 궁창과 띠살, 정자살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동서익헌에 설치된 방의 창문은 궁창 위를 정자살로 장식합니다.
양익헌의 마루에서는 종도리, 중간도리, 주심도리, 대들보, 종보 등 목조건물의 가구(架構) 상대를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풍패지관(豊沛之館)에 대해 알아봅니다.
풍패의 유래가 된 풍패지향(豊沛之鄕)은 제왕의 고향을 말합니다.
중국 한나라 고조 유방의 고향은 지금의 강소성 패군 풍현입니다.
유방이 군사를 일으켜 천하를 통일하고, 제위(帝位)에 오르자 고향 패군 풍현 사람에게 특별히 세금과 부역을 면해 주었다고 합니다.
이후 제왕의 고향을 패군 풍현의 첫 글자를 따 풍패라 하였습니다.
풍패지관은 조선의 발상지에 세워진 객사라는 뜻이 담겼습니다.
익산 출신 표옹 송영구(1556~1620)는 경상관찰사까지 지냅니다.
표옹이 1593년 난리통에 성절사로 간 명나라에서의 일화입니다.
일행이 묵은 여관에서 왠 불목하니가 ‘장자의 남화경’을 중얼거리고 있으니 의아하게 생각한 표옹이 사내의 사연을 물어봅니다.
불목하니의 이름은 ‘주지번(朱之蕃)’인데 ‘과거에 낙방하고 귀향여비 마련’을 위해 여관 일을 하는 자인데 여간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이에 표옹은 자신이 경험했던 과거 시험답안 작성법을 알려줍니다.
더하여 잘못 필사된 서책은 버리도록 하고, 정식발간된 과거시험용 책도 여러 권 사주고, 귀향 여비까지 보태주며 격려를 합니다.
표옹과 인연을 맺은 주지번은 2년 후 1595년 과거급제를 합니다.
이후 주지번은 표옹을 스승으로 여기고 조선 사신단을 자원합니다.
1606년 조선행 사신단이 된 주지번은 한양에서 표옹을 찾습니다.
상국 명나라 사신이 지방인사를 찾아가는 초유의 일이 발생합니다.
이때 표옹은 낙향하여 익산 왕궁의 망모당에서 세월을 보냅니다.
주지번은 조선 조정에 ‘표옹을 만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해’ 익산엘 가는 길에 말과 시종을 비롯하여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마 명나라 사신이 가진 위상을 볼 때 소홀함이 없도록 안내하고, 전라도 관찰사 역시 특별히 전주 객사에 묵도록 했지 싶습니다.
글씨에도 일가견이 있던 주지번은 왕궁의 표옹에게 망모당(望慕堂) 편액을 써주고, 객사에도 ‘풍패지관(豊沛之館)’의 글씨를 남깁니다.
‘풍패지관’은 가로 4.66m, 세로 1.79m의 대형 편액입니다.
반전은 주지번이 전라도에 오지 않았다는 게 정설입니다.
다소 허무하지만 위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야사로 보면 됩니다.

'역사전주동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4. 전라감영과 전주부성 이야기 (0) | 2026.09.16 |
|---|---|
| 3. 전주의 후백제 유적이 특별한가? (0) | 2026.09.09 |
| 2. 전주가 궁금하다? (0) | 2026.09.02 |
| 1. 전주! 왕도에서 감영, 동학 집강소로. (1) | 2026.08.26 |
| 동학농민군 입성 (0) | 2026.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