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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구경

125. 행각승의 석장(錫杖)

by 혜림의 혜림헌 2026. 5. 6.

석장과 주장자는 둘 다 지팡이입니다.

석장은 스님들이 걸을 때 균형을 유지하는 실용성 측면의 이름이고 주장자는 의식행사에서 큰스님의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물입니다.

즉 석장이라 하면 지팡이로서의 의미가 강하고, 주장자라 이름하면 큰 스님의 위엄과 설법에 권위를 더하는 지물의 의미가 큽니다.

다 같은 지팡이지만 사용 장소와 용도가 다소 다르다는 말입니다.

 

석장은 전체를 금속으로 만들기도 하였지만 너무 무겁습니다.

끝부분을 쇠붙이로 만들고 긴 나무를 다듬어 둘을 끼워 맞춥니다.

쇠 부분에 끼우는 고리의 개수에 따라 육환장, 십이환장이 됩니다.

 

그 예날의 스님들이 수행처에 가기 위해서는 깊은 골짜기를 지나 높은 산에 올라야 하는 수고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개울을 건널 때는 깊이를 가늠하는데 지팡이가 요긴하게 쓰입니다.

높은 산에 오를 때면 무거운 다리에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풀숲에서는 소리를 내어 보이지 않는 뱀 등의 물림을 방지합니다.

발밑을 지나는 벌레에게 경고음을 발하여 미리 피하도록 합니다.

뱀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벌레를 피난시켜 살생을 피합니다.

 

심산유곡에도 도로가 뚫리고 자동차가 다니는 시대입니다.

자동차가 산중 사찰까지 이동시켜 주니 석장을 들 일이 없습니다.

스님들이 석장을 짚고 걸어야 할 길도, 절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석장은 비구 18()로서의 가치를 잃고 사라지는 유물이 됩니다.

그럼에도 높은 산중 절집이 영원토록 신도를 기다리길 희망합니다.

 

지팡이, 석장, 주장자는 동일한 물건을 표하는 다른 말입니다.

지팡이 하면 노인들의 필수품, 석장 하면 행각승의 전유물입니다만 주장자 하면 큰스님의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물입니다.

다름 안에 같음이 있고, 같음 안에 다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