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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구경

124. 선승이 치켜드는 주장자(拄杖子)

by 혜림의 혜림헌 2026. 4. 30.

사람이 나이 들어 기력이 쇠하면 혼자 걷기도 어렵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이든 노인네들의 필수품이 지팡이입니다.

조선시대 임금은 특별히 공이 있는 70세 노인에게 궤장(几杖)이란 이름의 의자와 지팡이를 하사하던 의례가 있었습니다.

 

지팡이는 1년생 명아주 줄기를 말리고, 다듬어 만들었습니다.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가 청려장(靑藜杖)이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청려장은 다듬기가 용이하고, 가볍고, 색이 변해 보기에 좋습니다.

현재의 어르신들은 카본이나 알루미늄제 지팡이를 사용합니다.

가볍고, 튼튼한 실용성에 고무 패킹을 달아 안전성을 더합니다.

 

사찰에서도 나이든 스님들에게 지팡이는 필수품이 됩니다.

어른으로 대접받는 스님들은 하나 같이 지팡이를 짚고 다닙니다.

노스님의 지팡이가 멋을 내고, 모양에 신경을 쓰니 무거워집니다.

당초 노스님들의 보행보조기구로 실용신안 특허를 받았던 지팡이가 디자인 특허를 받게 되니 권위의 상징으로 변모합니다.

부처님오신날이나 큰 법회에서는 큰스님이 멋드러진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어 대중들의 시선을 모으니 이를 주장자라 합니다.

가끔은 젊은 축에 드는 스님도 법상에 앉아 주장자를 들곤 합니다.

노인네의 지팡이를 젊은 스님이 치켜드는 모습은 낯설기만 합니다.

 

이제 지팡이는 주장자가 되고, 주장자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높은 산 깊은 골짜기를 뒤져서 덩굴식물이 감고 올라 상처가 깊고, 뒤틀린 나무를 잘라다 펴고, 다듬고, 칠을 해 주장자를 만듭니다.

단단하고 모양 좋기로 때죽나무가 흔하게 발견됩니다만 언제부턴가 벼락 맞은 감태나무가 최고의 주장자 목()으로 각광을 받습니다.

벼락의 상흔인 검은 무늬와 뒤틀린 형상이 권위로 변모합니다.

나무에겐 상처인데 스님에게는 권위를 더하는 문양이 됩니다.

과거에 큰스님이 꽂아 놓은 지팡이가 노거수가 되었습니다.

부석사 골담초, 천자암 쌍향수를 비롯하여 그 예는 차고 넘칩니다.

지팡이는 생활용구입니까? 큰스님의 권위입니까?

(퍼온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