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부전을 지나 대적광전 뒤편에 삼성각이 있습니다.
삼성각(三聖閣)은 이름처럼 세 분의 성인을 모신 전각입니다.
전각에는 중앙에 칠성, 왼쪽에 산신, 오른쪽에 독성이 있습니다.
삼성각은 불보살을 모신 전각과 다르게 비 불교적인 전각입니다.
만해스님과 봉암사 결사에서 삼성의 강한 주술과 기복성을 이유로 사찰에서 퇴출할 것을 주장했지만 현재는 다시 수용되고 있습니다.
금산사 산신각도 다소 후미진 경내의 한편에 자리한 이유입니다.
세분의 성인을 한 곳에 봉안한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잘 아시다시피 산신은 오래전부터 숭앙해온 우리 고유의 신입니다.
신라 때는 동 토함, 남 지리, 서 계룡, 북 태백, 중 팔공산을 오악(五岳)으로 지정하여 왕실에서 주관하는 제를 올렸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상악 묘향산, 중악 계룡산, 하악 지리산을 삼악이라 하여 산신 위패를 봉안하고 산신제를 올리니 중악단이 현존합니다.
사찰에서도 민초들의 바람대로 산신각을 짓고 산신을 초청합니다.
주인공인 호랑이는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지만 먹이사슬의 상층에서 자연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또 다른 악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금산사 산신탱은 바위산과 소나무 아래에 흰 수염을 한 할아버지와 왜소한 호랑이, 두 명의 동자가 시중을 드는 신선풍의 그림입니다.
산신과 비슷한 모습의 독성탱화도 삼성각에 봉안됩니다.
탱화의 주인공인 나반(那畔)존자는 빈두로(賓頭盧)존자라고도 하여 ‘부처가 될 것’이란 수기를 받고 남인도 천태산에서 수행중입니다.
다만, 나반존자 역시 도교와 관련된 비 불교적 인물로 보여집니다.
중국에서 한반도에 들어온 나반존자는 홀로 수행하여 독성입니다.
나반존자는 깊은 산중에서 홀로 수행하는 모습으로 긴 눈썹과 선한 인상이 고결한 산수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탱화입니다.
신선의 모습으로 도교의 향기를 짙게 풍기고 있는 독성은 소나무와 바위에 의지하여 동자의 차 시중을 받고 있어 총기가 생생합니다.
수도하는 형상은 빠른 기도응답으로 연결되어 자주 찾기도 합니다.
천태산에서 수도하다가 석가 열반 후 중생을 구제한다고 합니다.
칠성(七星)은 북두칠성을 줄인 말입니다.
칠성은 밤하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곱 개 별자리입니다.
우리에게 북쪽을 알려주는 별들의 대표이자 하늘의 주재신입니다.
도교인은 북두칠성이 ‘사람의 수명을 관장한다.’ 믿고 의지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식을 얻고,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바람이 도교의 칠성신을 불교에 수용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초기에 칠성은 천재지변을 다스려 난리와 질병을 막아줄 뿐 아니라 자식을 점지해 주는 의미였지만 점차 자손의 번성으로 한정됩니다.
도교의 칠원성군(七元星君)이 7여래가 되고 대표주자인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 중심의 구도가 이뤄져 보통은 칠성각에 봉안됩니다.
칠성신앙 역시 불교의 주류 신앙체계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일반의 칠성각에는 치성광여래를 중심으로 일광·월광보살이 좌우에 협시하고, 상단에는 칠여래가, 하단에는 칠원성군이 그려집니다.
여기에 더하여 삼태육성(三台六星) 28수(宿)까지 등장합니다.
이들 모두를 한 폭에 담거나 7여래를 한 분씩 모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삼성각에 등장하는 칠성은 치성광여래를 제외한 칠원성군이 작게 그려지고 삼태육성과 28수의 별들은 생략되기도 합니다.
삼성각은 조선 중기 이후에 사찰에 유입되었다고 봅니다.
다만 신앙적인 측면에서 역사성이나 신앙체계에 과민하게 반응하여 논쟁적으로 몰아가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상의 진리를 말하지 않더라도 불교 역시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시류만을 따르거나, 시류를 모르쇠 해도 문제입니다.
삼성각(三聖閣) 편액은 남천 모찬원(牟贊源)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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