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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구경

96. 먹거리 총괄 조왕단(竈王壇)

by 혜림의 혜림헌 2025. 10. 11.

살기 위해 먹느냐? 먹기 위해 사느냐?는 진부한 질문입니다.

살기 위해 먹는다면 우아한 인간으로서는 조금은 민망해 보입니다.

먹기(먹는 즐거움) 위해 사는 인간이라면 존엄성에 상처가 됩니다.

참 어려운 문제이고, 대놓고 말하기도 쑥스러운 질문입니다.

쑥스러움을 던져버리면 인간은 살기 위해 먹는 게 맞습니다.

인간의 일상을 곱씹어 보면 살기 위한 먹이활동의 연속입니다.

거의 모든 게 물질로 이뤄진 우주에서 생명을 얻은 건 기적입니다.

이 기적의 생명체들은 생명 유지와 종족 번식이 삶의 목적입니다.

 

드러내고 말하지 않지만 사찰에서도 먹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수행은 체력을 필요로 하고, 체력은 먹어야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먹거리를 장만하는 부엌(공양간)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입니다.

조왕신은 민간에서 조왕각시·부뚜막신·조왕대신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머니들은 부엌의 청결에 신경을 쓰고, 불을 다룰 때 부정한 말을 하지 않으며, 부뚜막에 앉거나 발을 올리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요리와 난방에 필요한 불씨를 소중히 간직하였습니다.

공양간은 화기, 위생, 영양을 취급하여 건강한 수행을 돕는 중요한 장소이지만 화재의 위험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요구하였습니다.

 

현실에서의 간절함은 언젠가는 신앙적으로 표출되기 마련입니다.

부엌은 먹거리를 책임지면서 지위가 높아지더니 조왕신이 됩니다.

불교는 다름을 배척하고 홀로 가기보다는 민간의 신앙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포용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하기 때문입니다.

조왕은 신중탱화에서 호법선신(護法善神)이 되어 인사(人事)감찰과 선악을 가리는 직분을 담당합니다만 썩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조왕은 다시 불교적으로 위생과 불, 영양을 책임지는 신이 됩니다.

공양간에 단을 마련하고 조왕(竈王)탱화를 모시니 조왕단입니다.

 

조왕단은 단이라기 보다는 조왕탱화를 모시는 위치를 말합니다.

일반인들은 솥이 걸려 있는 부뚜막을 조왕단()이라고 합니다.

이름에 관계 없이 맛과 영양, 위생, 화재는 조심 또 조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