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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코로나19 그리고 종교

by 혜림의 혜림헌 2020. 3. 26.

  

14세기 중반 흑사병이라 불리는 괴질 페스트가 유럽 대륙을 휩쓴다.

사람들은 고열로 헛소리를 하다가 2, 3일 만에 온몸에 검은 반점을 남기면서 죽어갔다.

그렇게 인구의 3분의 1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죽어간 것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시신이 치워지지 않고 길거리에 널려 있으니 괴질은 더욱 확산된다.

시체처리가 어렵게 되자 이제는 환자가 발생하면 문을 걸어 잠그고 그 집을 불태워 버린다.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용서받을 수 없는 이 소각행위가 괴질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죽어나가니 민심이 흉흉해지고 정치종교 지도자의 입지가 흔들린다.

그들은 희생양을 찾아야 했다. 악마가 나타났다고.... 조용히 외쳐댄다.

악마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은 신의 분노를 풀어주기 위해 악마를 때려잡는다.

대표 악마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유대인이다. 힘없는 집시다. 그렇게 마녀가 된다.

수많은 마녀?들이 고문에 못 이겨 우물에 독약을 풀어 흑사병을 퍼뜨렸다고 자백을 한다.

거짓자백의 결과는 끔찍했으니 산 채로 매장되거나 불에 태워지는 죽임을 당한다.

 

페스트가 공기로 전염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향수 뿌린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지만 그도 죽는다.

와중에 교회 성직자들은 기도만이 살 길이라며 사람들을 교회로 안내한다.

그러나 신의 이름으로도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 없으며 교회 안에 쌓이는 시체처리도 힘에 버겁다.

말단 성직자들이 환자를 돌보고 시체를 매장하다 죽어갈 때 잘난? 성직자들은 신도를 버리고 달아난다.

기도만이 살길이라던 성직자들의 위선을 보면서 종교에 대한 환멸도 커져만 간다.

교회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교황의 권위도 더불어 추락한다.

14세기 중반 이후 수많은 죽음을 목격해야만 했던 유럽 사람들의 가슴에는 공허감이 가득해진다.

가족과 이웃의 죽음 앞에 무력했던 자신을 바라보면서 봉건적 질서와 신앙적 가치관은 뿌리부터 흔들린다.

 

전염병의 결과는 죄 없는 사람의 죽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의 사고와 인식의 변혁을 가져온다.

우리의 의료나 사회경제적 수준으로 볼 때 코로나19가 참혹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종교지도자들의 기도하면 신께서 코로나19를 막아줄 것이다라는 식의 대응은 문제다.

신의 노여움을 푼다는 명목으로 금식과 기도, 채찍질 고행을 요구하던 중세인과 무엇이 다른가?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나 예배 자제를 요청하는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눈길로 대응한다.

일부 목사들이 정부를 향해 교회를 욕보이지 말라. 정부가 교회 위에 군림할 수 없다.”며 외쳐댄다.

코로나19 앞에 “기도하라! 회개하라! 00천당!”의 가르침으로 신도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혹세무민일 뿐이다.

냉철한 이성과 보편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알리고 실천할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