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

77. 불지옥에서 만난 이슬 감로도(甘露圖)

혜림의 혜림헌 2025. 5. 31. 07:09

감로도 또는 감로왕도라고 합니다.

우란분경을 바탕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우란분경변상도라고 합니다.

감로도는 수륙재·칠칠재·우란분재·천도재 등 각종 재에 사용됩니다.

재 의식에서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하단탱(下壇幀) 이라고 합니다.

목련존자가 아귀도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하는 데서 유래합니다.

 

감로도는 육도 중생들이 불·보살의 가피로 감로를 얻어서 업장을 멸하고, 고통의 육도에서 극락으로 인도하는 교화용 불화입니다.

상단은 불·보살이 내려와 영혼을 맞이하는 청혼(請魂) 장면입니다.

5여래가 그려지고 뒤쪽에는 과거 10불이 작게 표현되기도 합니다.

재단 아래에는 배고픈 아귀가 밥이 담긴 그릇을 들고 있습니다.

여래를 비롯한 목련존자와 인로왕보살이 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앞쪽에는 아귀보다도 작게 그려진 의식승(儀式僧)이 범패(梵唄)와 작법(作法)으로 천도재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주변의 객승과 신도들은 자연스럽게 의식에 동화되는 관객입니다.

한마디로 감로탱은 대규모 야외행사()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감로도의 각 단은 육도 중생들을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생들의 실상을 드러내어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함입니다.

수북한 밥그릇은 아귀의 작은 목구멍보다 굶주린 이가 먼저입니다.

명경전(明鏡殿)과 같은 편액은 중국풍의 유입과 유행을 말합니다.

피 튀기는 전쟁 장면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민란이 떠오릅니다.

지옥의 고통, 주린 아귀, 벼락에 맞아 죽은 시신, 호랑이에게 잡혀 먹힌 시신에 이르기까지 백성들의 고통이 실감 나게 그려집니다.

 

등장인물도 불·보살부터 아귀와 의식승, 구경꾼까지 다양합니다.

구경꾼도 일반 백성에서 호사스런 차림의 궁중 나인까지 있습니다.

궁궐의 나인차림으로 복을 비는 장면은 왕실의 시주와 관련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후원자의 생각이 작가를 이기는 게 문화예술입니다.

그럼에도 후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동 쌍계사, 여천 흥국사 등의 감로탱화가 유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