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회상

운문사 새벽예불

혜림의 혜림헌 2011. 3. 30. 08:11

 

운문사 새벽예불

 

 

 

 

- 운문사 경내에 있는 처진 소나무입니다.

 

 

 

 

운문사 초입 소나무 숲길입니다.

 

 

 

 

똑 !

어둠이 가고 밝음이 오며, 음에서 양으로 나아가는 시간.

삼라만상이 고요히 잠든 시간에도 항상 깨어있는 도량이언만

새벽 3시에 울리는 목탁소리에 천지만물은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아니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음을 확인한다.


인연 닿은 절 집에서 보낸 하룻밤이 가고, 홀연히 들려오는 불전사물의 깨우침과

장엄한 새벽예불 소리에 이끌려 출가를 서원 했다는 전설이 아니어도

새벽예불에 동참하는 것 만으로도 깨달음을 얻는다 했다.


「250여 비구니가 원을 발하는 곳」

호거산 운문사(당초는 운문선사라 했으나 승가대학이 있어 운문사라 개칭했다 함) !

가람의 역사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일연선사께서 주석 하시면서 희대의 역작인

삼국유사를 저술하신 곳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절집의 근수를 알만하다.

더욱이 평소에도 250여 비구니들이

“원대한 뜻을 세우고 가없는 원(願)을 발하며,

끊임없는 정진으로 물러나지 않으므로서 부처님의 법을 널리 전한다”는 교훈아래

불법을 연마하고 있고,

안거철이면 300여분 비구니들이 용맹 정진한다고 하니

그 속에서 피어나는 불법의 향기는 얼마나 향기로울까 ?

300여 비구니들이 신심을 다하여 토해내는 새벽예불의 장중함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


그곳에 간단다. 운문사 새벽예불에 동참 한단다.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난 갈란다 !


「멀고도 가까운 운문사 가는길」

6. 29일 자정이 가까운 11시 반 ! 밤하늘을 우러르나 별빛하나 보이지 않는다.

전북불교대학 총 동창회가 주관하는 성지순례는 이렇게 시작 되었다.


남원을 거쳐 88고속도로를 진입하니

들숨인지 날숨인지는 모르지만 잠이 들었고 깨어보니 경산 나들목이다. 

마도 88고속도로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진로를 바꿔 3시간 여를 쉼없이 달려온 모양이다.

시계를 보니 2시 하고도 40여분 !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암만 인데

혹여 새벽 예불시간에 늦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다.

삿된 생각을 떨치려 차창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우리를 태운 버스는 가로수를 뒤로 물리며 거침없이 나아간다.


부처님께서도 “인연없는 중생은 제도하지 못한다” 하셨는데,

새벽예불 시간에 늦는다면 그 또한 인연 없음이려니 하고 자위를 하나

어리석은 중생은 어찌할 수 없나보다.

 

「장중한 운문사 새벽예불」

청도, 그리고 운문사 표지판을 저멀리 뒤로하고 차창에 아름드리 나무가 위용을 드러낸다.

시간을 보니 세시를 훌쩍한 시간.

혹여 출가한 딸 찾아 천리길을 마다 않으신 모정(母情)을 보게되는 것 아닌가 하는

허황한 생각에 혼자서 미소 짓는다.


삿됨을 버리고 묵언을 되새기며, 생각을 모아

나지막한 담장을 우로 끼고 발소리를 죽이니 휘황한 범종루에서는

북채를 잡은 두손이 어지러이 춤을 춘다.

둥둥~두둥둥 !  둥둥~ 두둥둥 !


두손을 고이모아 차수를 하고 만세루에 들어선다.

기러기 한무리 허공을 날 듯,

가사장삼 고이 걸친 스님들이 줄지어 절 마당을 지나 휘황히 불밝힌 대웅보전으로 모여드니

냉기 흐르던 보전에 열기가 가득하다.


댓돌위에 가지런한 하얀 고무신 !

저 신발들의 주인마다는 어떠한 인연법이 닿아서 깊고깊은 운문도량에서

각단불 환히 밝히고 부처님 전에 경배를 드릴까 ?

예불이 끝난후 신발마다는 제 주인을 찾아갈 수 있을까 ?

또다시 부질없는 생각에 잠기다 보니 아뿔싸 내 신발 놓일 자리가 없구나.


법당 뒷문에 들어서서 좌복을 빌어다 연화대 뒤편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나무비로자나불, 나무노사나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아미타불 !  감사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부처님을 명호하며 새벽예불에 동참할 수 있는 가피를 주심에 그저 감사를 드린다.


타고명종 !

불전사물이 저마다의 소리를 발하며 새벽예불이 시작됨을 알린다.

법고가 “둥~두둥” 소리를 다하여 세간중(世間衆:땅을 의지하여 사는 중생)을 깨우고,

“땅~따앙” 운판이 정성을 다하여 공계중(空界衆:하늘에 사는 중생)을 깨우고,

“탁탁 또르르 탁” 목어가 신심을 다하여 수부중(水府衆:물속에 사는 중생)을 깨운다.

범종이 “콰아앙~더응” 28번 법계를 울리니

3계(欲界, 色界, 無色界)의 28천 중생과 지옥 중생까지도 형벌을 잠시 멈추고 법당에 모여든다.


잠시의 정적을 깨고 탱탱태~앵 소종이 뒤를 잇는다.

108번뇌를 다스리고, 108번뇌를 소멸시키고, 밝은 마음으로, 바른 신심으로 두손을 합장한다.


원차아~종성편법계(願此鐘聲遍法界), 철위유암실개명(鐵圍幽暗悉皆明)

삼도이고파도산(三途離苦破刀山) 일체중생성정각(一切衆生成正覺)

“원컨대 이 종소리 법계에 두루퍼져 철위산의 어둠에서 벗어나 모두 다 밝아지소서

삼악도의 고통을 여의고 칼산지옥을 허물어 일체중생이 깨달음을 이루어지이다.“


노전스님의 청아한 목소리가 삼계를 향해 조용히, 그러나 멀리멀리 울려 퍼진다.


계향(戒香:계율의 향기) !    정향(定香:선정의 향기) !

혜향(慧香:지혜의 향기) !    해탈향(解脫香:깨달음의 향기)

해탈지견향(解脫知見香:중생교화의 향기로 가득찬 삶의 향기)

광명운대주변법계(光明雲臺周邊法界:광명의 구름띠가 온 법계를 감싸)

공양시방무량불법스응(供養十方無量佛法僧:시방세계 한량없는 불법승 삼보님께 공양올리나이다)


헌향진헌(향을 올리는 주문) “옴 바아라도비야 훔”(3번)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 !

삼계도사(三界道師) 사생자부(四生慈父) 시아본사(是我本師) 서가모니불 !


천상에서 들려오듯 그 목소리가 참으로 맑고, 참으로 높으며, 참으로 깊으며 청아하고 또한 낭랑하다.


이어지는 장중한 합송 !

300여 대중이 지극한 마음, 경외하는 마음을 하나로 모아 귀명례 한다.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 !

삼계도사(三界道師) 사생자아~부(四生慈父) 시아본사(是我本師)아~ 석가모니불 !

“삼계의 위대한 스승이시며 사생(태생,난생,습생,화생)의 자애로운 어버이이시며,

우리의 본래 스승이신 석가모니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귀명례하옵니다.”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 !

시방삼세(十方三世) 제망찰해(帝網刹海) 상주일체(常住一切) 불타야중( 佛陀耶衆)

“시방의 과거, 현재, 미래와 제석천궁을 장엄하는 보석 그물처럼

항상 머물러 계시는 모든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귀명례합니다.”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 ! 

시방삼세(十方三世) 제망찰해(帝網刹海) 상주일체(常住一切) 달마야중(達磨耶衆)

“시방의 과거, 현재, 미래와 제석천궁을 장엄하는 보석 그물처럼

항상 머물러 계시는 모든 불법에 지극한 마음으로 귀명례합니다.”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 !

대지문수사리보살 대행보현보살 대비관세음보살 대원본존지장보살마하살

大智文殊師利菩薩 大行普賢菩薩 大悲觀世音菩薩 大願本尊地藏菩薩摩訶薩

“대 지혜의 문수보살과 크나큰 행을 실천하시는 보현보살님,

대자비의 관세음보살님, 크나큰 서원의 본존이신 지장보살님,

그리고 모든 보살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귀명례 합니다.”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

영산당시 수불부촉 십대제자 십육성 오백성 독수성 내지 천이백제대아라한

靈山當時 受佛付囑 十大弟子 十六聖 五百聖 獨修聖 乃至 千二百諸大阿羅漢

무량자비성중 

無量慈悲聖衆 

“영산회상에서 부처님으로부터 부탁을 받으신 십대제자와 십육나한, 오백나한과,

혼자서 깨달음을 얻으신 독수성이시여, 나아가 일천이백분의 대아라한과

한량없는 자비의 성중에 지극한 마음으로 귀명례합니다.”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

서건동진 급아해동 역대전등 제대조사 천하종사 일체미진수 제대선지식

西乾東震 及我海東 歷代傳燈 諸大祖師 天下宗師 一切微塵數 諸大善知識

“서천축국인 인도와 동쪽의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대로 내려오며

불법의 등불을 받으신 모든 크나큰 조사스님과 천하의 으뜸가는 스승님,

헤아릴수 없을 만큼 많은 선지식께 지극한 마음으로 귀명례합니다.”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

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승가야중

十方三世 帝網刹海 常住一切 僧伽耶衆

“시방의 과거, 현재, 미래와 제석천궁을 장엄하는 보석 그물처럼

항상 머물러 계시는 모든 승가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귀명례합니다.”


유원 무진삼보 대자대비 수아정례 명훈가피력 원공법계제중생 자타일시성불도

唯願 無盡三寶 大慈大悲 受我頂禮 冥熏加被力 願共法界諸衆生 自他一時成佛道

“오직 원하옵건데 다함이 없는 삼보님이시여

대자대비로 저의 지극한 예배를 받아들여 명훈가피의 힘을 주소서

원컨대 법계의 모든 중생들과 나와 남 모두가 일시에 불도를 이루어지이다.“


단전 깊숙한 곳에서 숨가쁘게 달려나와 가슴을 타고 법당 천정을 울리는 소리 !

대중이 일심으로 합송하는 반야심경이 그랬다.


「참회하고 참회 하옵니다」

이어 108 대참회가 시작된다.

참회(懺悔)가 무엇인가 ?

내 스스로 과거생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의 지은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빌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108참회는 너와 내가 따로가 아니다.

대중이 음률에 맞춰 한동작 한 목소리로 움직여야 한다.

“지심”하면서 고개를 들고, “귀명례”하면서 일어서며,

부처님을 명호하면서 엎드린 후, “불”을 부를 때 바닦에 머리를 조아린다.


모두 108번의 절을 하는데 그 모습이 각각이다.

어떤 이는 온 몸이 땀에 절어 연신 땀 닦느라 정신이 없고,

어떤이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옆사람 따라 절하기 바쁘고,

어떤 이는 행여 남들 고개숙일 때 고개 들까 두려워 눈치보기 바쁘고,

어떤 이는 무거운몸 일으켰다 누이기 바쁘고(이 광경은 절이 끝나고 들은 이야기 임)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

내지허공세계진 중생급업번뇌진 여시사법광무변 원금회향역여시

乃至虛空世界盡 衆生及業煩惱盡 如是四法廣無邊 願今廻向亦如是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 다하고 중생 업이 다하고 번뇌 다함은 넓고 크고 가없어 한량 없으니

저희들의 회향도 이러지이다“를 마지막으로 108번의 참회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행원의 으뜸인 나무대행보현보살을 세 번 부르니 1시간여의 아침예불이 막을 내린다.


「예불이 끝나고」

기러기 한무리 이동하듯, 서해바다 썰물이 지듯, 가을 하늘에 조각 구름 흩어지듯,

스님네의 장엄한 두줄 행렬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아름다운 모습을 찬하기 앞서 또다시 삿된 생각이 드니 “혹여 고무신을 바꿔신지는 않았을까 ? 

고무신 마다에는 어떤 비표를 하였을까 ?

근수(무게) 안 나가는 참으로 어린 중생이 참으로 근수에 걸맞는 생각을 한다.


그뿐이 아니다.

앞쪽에서  절하시던 스님들의 손은 왜그리 작은지 ! 

과거생에 얼마나 많은 복을 지어 심심산골 운문사에 인연을 맺어 불법을 공부하며,

화두를 부여잡고 깨달음을 향한 정진을 이어갈까 ?

번뇌망상이 꼬리를 문다.


불현 듯 들려오는 한마디 “너무 좋으시죠 ?”  그래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 표현할 수 없지만 가슴 깊은 곳에 울컥하는 무엇인가가 너무 좋다.

그래 부처님 법이 너무 좋다. 

불법을 연마하는 스님네의 장엄한 예불소리가 너무 좋다.

불법의 향기가 깊게 밴 운문사가 너무 좋다.

단 한시간 남짓이지만 그곳에 내가 있음에 너무 좋다. 좋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을 정도로 좋다.


「삿됨을 여의다」

어둠이 가시기 시작한 5시가 되어 발길을 옮긴다.

그 영험함이 운문사 대중의 공양을 책임지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라는 나반존자가 계신 사리암을 향하여.......

나반존자(那畔尊者)가 누구인가 ?

빈두로 존자라고도 하는 나반존자는 16아라한 중의 한 분으로

천태산에서 혼자 도를 닦아 연각을 성취하였으므로 독성(獨聖)이라 불리우며,

부처님의 명을 받아 열반에 들지 않고 남인도의 마리산에 계시면서

부처님 열반 후 미륵불이 출세할 때까지 말세 중생을 제도하려는 대원력을 세우신 존자이시니

절집의 작은 독성각에 가시면 뵈올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독성기도는 서원 성취가 아주 빠르다고 합니다.


반듯한 시멘트 포장길 !

촉감은 좋지 않으나 새벽 공기는 감로수처럼 달콤하다.

한참을 걸어 주차장을 지나니 사리암(邪離菴) 표석이 우리를 맞는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머릿속에 그렸으나 삿된 것을 여읜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을 줄이야.

그 작명이 참으로 기막히다.


삿됨을 떠나 불법이 머무는 곳 이라더니 그 길이 쉽지가 않다.

한 구비 돌아서면 또 한 구비가 기다린다. 

내 원을 들어주실 나반존자를 뵈오러 가는 길이 그리 쉽지만 하겠는가.

무거운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기자니

꼭두새벽에 기도를 마치고 산을 내려오시는 보살님의 정성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니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애민중생을 압도한다.

관음전에 들어 3배를 올리고 나반존자께 일심으로 108배를 올린다.

기도의 감응으로 존자께서 던져주시는 돌을 쥘 수 있기를 간절히 서원하며.......

기운이 솟는다. 삼천배라도 할 것 같다.


백 사람이 살면 백 사람이 먹을 양의 쌀이 나왔다던 구멍은 욕심으로 막히고 쌀 대신 물이 나오게 되었단다.

한모금 물로 아쉬움을 달랜다.

오던 길을 되돌림은 아쉬움이 크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한 달음에 내달려 호거산 골짜기 맑은 물에 발을 담근다.  세족(洗足)이라 하던가 ?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곳」

다시 운문사 !      아쉽다.

속진의 묵은 때를 쓸어내는 대중 스님들의 비질을 보지 못해 아쉽다.

사그락 거리는 스님네의 장삼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아쉽다.

채마밭을 가꾸고, 잡풀을 뽑으며 울력하는 스님네를 보지못해 아쉽다.

수업 준비를 하고 책장을 넘기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다.

하나 둘 요사의 불빛이 잠들고 고요에 빠진 운문사를 보지 못해 아쉽다.


그래서 다시 찾았다.

청정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이 계신 비로전에 삼배를 올리고 절집을 구경한다.

비로전 앞에서 문득 고개를 돌리니 학사 창문너머 독서대의 책장을 넘기는 학인의 모습이 어린다.

500여명이 앉아도 좁지 않을 것 같은 만세루!

그 옆에는 법륜(法輪:진리의 수레바퀴)이 조경되어 있고 조각도 보인다.

 

대웅보전 처마위에는 자세한 모습은 알수 없으나 하얀 조각품이 빙 둘러가며 얹혀 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궁금증을 풀길 없었으나 운문사 홈페이지를 찾아가니 답 글이 있다

“백자 연화봉”이라 하며 기와가 흘러내리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낟.

혹은 지붕의 눈이  한꺼번에 떨어지지 말라는 깊은 뜻을 담은 물건 이라고도 한다.

가시는 길 있으시면 자세히 살펴 보시길.......(참 통도사 대웅전에도 있답니다)


매년 막걸리 10말을 마시면서 푸르른 기상이 변함없는 500생의 처진 소나무를 지나면서 좌우를 살피니

여기저기 법륜이 조각되어 있다.

무설거사께서 친절히 설 하신다.

바로 이곳이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곳, 즉 승가대학이 있음을 이름 이란다.


범종루를 지나 어둠에 묻어 두었던 운문사 담장을 살펴본다.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으며, 감추지도 않고 드러내지도 않은 것이 그저 그만인 분위기다.


주차장에서 차에 오르려는 부학장님과 문선생님을 채근하여 걷기를 청한다.

 

운문사 소나무 숲 !

그 기상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음이 있으나

나무마다에는 도끼로 찍힌 듯, 장검에 베인 듯 생채기가 너무나 크고도 또한 깊다.

마치 불행을 모를 것 같은 명랑한 삶 속에 남모를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네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하나 하나가 일본제국주의가 송진을 공출하기 위해 저지른 만행의 흔적이다.

그러나 모든 아픔을 이겨내고 여전한 기상으로 중생을 굽어본다.

마치 월드컵 4강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인의 기상을 보는 것처럼.......


운문사여 ! 운문사 소나무여 !  운문사 스님 !

만물이 고요히 잠든 신 새벽 ! 

조용한 발걸음으로 다가와 부처님 법음 듣고 미소 지으며 잠든 당신의 모습을 바라 보기를 원합니다.

운문사 불전 사물소리에 홀연히 깨어난 삼라만상을 만나기를 원합니다.

운문사 노전스님의 청아한 지심귀명례를 듣기를 원합니다.

108참회문을 다 외워서 300여 대중스님들과 함께 업장을 참회하며 염송하기를 원합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

소나무 길은 아직도 저만치 인데, 못 이기는 체 차에 오른다.

 

               혜림 합장  (http://blog.daum.net/yoohar)